2026년 GDP 성장률 4.5~5%로 낮추고 R&D 예산은 연 7%씩 확대… '속도' 버리고 '기술'로
국방비 7% 증액·대만 향해 '단호한 투쟁' 선언… 한국 반도체·수출 산업 정면 충격파
국방비 7% 증액·대만 향해 '단호한 투쟁' 선언… 한국 반도체·수출 산업 정면 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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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35년 만의 최저 성장 목표… 배경은 부동산 침체
중국 국무원은 지난 5일(현지 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202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4.5~5%'로 제시했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유지해 온 '5% 안팎' 목표를 처음으로 낮춘 것으로, 1991년 이후 35년 만에 가장 보수적인 수치다.
지난 6일 AP통신이 전한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는 이 선택의 무게를 솔직히 드러냈다. 리 총리는 "지난해 성과는 수년 만에 보기 드문 복잡한 환경에서 어렵게 얻어 낸 것"이라고 밝혔다. 겉으로는 유연성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소비 부진이라는 이중 압박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수년간 이어진 주택 가격 하락은 가계 자산 가치를 잠식했고, 소비 심리 위축과 고용 불안이라는 연쇄 반응을 불렀다. 정부는 신규 주택 공급 조절과 재고 소진을 통해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소비 진작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실제로 가전·가구 등 소비재 교환 보조금인 '이구환신(以舊換新)' 예산은 지난해 3000억 위안(약 64조 5000억 원)에서 올해 2500억 위안(약 53조 7500억 원)으로 되레 16%가량 줄었다.
지난해 중국이 5%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내수가 아닌 수출 덕분이었다. 유럽·남미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 2024년 무역 흑자는 역대 최대인 1조 2000억 달러(약 1782조 원)를 기록했다. 수출 주도 성장 구조가 지속될수록 서방 국가들과의 무역 마찰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의 공통된 경고다.
'제15차 5개년 계획' 핵심은 기술 자립… R&D 연 7% 증액 의무화
이번 전인대에서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경제 지표의 숫자가 아니라 2026~2030년을 설계하는 '제15차 5개년 계획' 초안이다. 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단 하나, '기술 자립(自立自强)'이다.
중국 정부는 AI, 로봇공학, 반도체, 바이오, 양자 기술, 항공우주 등 6대 미래 전략 산업에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 전체 R&D 지출을 해마다 최소 7% 이상 늘리도록 법제화했다. 지난 5년간의 연 평균 증가율인 5.7%를 웃도는 수치로, 사실상 기술 투자를 경제성장보다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미국의 고강도 수출 규제와 첨단 반도체 봉쇄에 맞서 핵심 부품·기술을 국산화하겠다는 전략의 구체화다. 이번 5개년 계획은 수치 목표보다 방향성이 더 뚜렷하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혁신을, 외형보다 기술 자립을 앞세우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계획 전반에 관통한다.반도체와 AI 분야 기술 자립 완성도가 향후 중국의 국제 협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국방비 7% 증액·대만 발언 수위 격상… '단호한 투쟁' 선언
경제 성장률에는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군사력 증강에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전인대를 통해 발표된 2026년 국방 예산은 1조 9000억 위안(약 408조 5000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세계 경기 둔화 속에서도 군 현대화 의지를 꺾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만을 향한 언어 강도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지난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단호히 반대한다"고 표현했던 대만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경고 문구가 올해는 "단호히 투쟁할 것"으로 바뀌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 표현 변화를 두고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수사적 경고를 넘어 실질적 행동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신호로 읽는다.
인구 절벽·탄소 목표 조정… 내부 도전도 산적
안팎의 안보 과제와 함께 중국 지도부가 마주한 내부 도전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중국 인구는 약 300만 명 감소해 4년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정부는 '출산 친화적 사회' 조성을 국가적 우선 과제로 선언하고, 교육·의료·고용 지원을 아우르는 종합 패키지를 가동하기로 했다.
환경 목표도 현실에 맞게 손질했다. 2030년까지 GDP 단위당 탄소 배출량을 17% 줄이겠다는 새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는 직전 5개년 계획의 18% 감축 목표보다 소폭 완화된 수치다. 경제성장과 탄소 중립 사이의 현실적 균형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경제, '기회'보다 '위협'에 먼저 노출된다
중국의 '기술 만리장성' 전략은 한국 산업 생태계에 직접적인 충격파를 예고한다.
중국이 반도체·AI 분야 R&D를 연 7% 이상씩 확대하며 국산화에 속도를 낼수록, 한국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 입지는 좁아진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은 이미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에 국내 산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세 가지 대응 방향을 꼽는다. △AI·반도체 등 전략 자산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 집중으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동남아·인도·중동 등 제3시장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미중 갈등 사이에서 실익을 극대화할 정교한 경제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선임 연구원은 본지에 "중국의 저성장 전환과 기술 자립 가속은 한국에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탄"이라며 "10년 뒤 글로벌 공급망의 판도는 지금 누가 더 빠르게 기술 우위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성장 목표를 낮춘 것이 후퇴가 아닌 '전략적 재장전'임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 기업과 정부에 남겨진 질문은 명확하다. 중국이 올린 기술 전쟁의 수위를, 우리는 어떤 속도로 따라잡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