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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충격파] 호르무즈 봉쇄 1주일, '유가 100달러' 초읽기… 한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덮쳤다

전 세계 석유 공급 20% 한순간에 증발, 미 셰일오일은 '강 건너 불구경'
'중동의 스위스' 두바이·아부다비 안전신화 붕괴… 글로벌 자본 대탈출 시작
공급망 마비에 해운 운임 급등, 국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현실로
현재 세계 에너지·물류·금융 시장은 동시다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에 달하는 하루 2000만 배럴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셰일오일은 기술적 한계와 '주주 우선' 경영 전략에 발이 묶인 채 구원투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현재 세계 에너지·물류·금융 시장은 동시다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에 달하는 하루 2000만 배럴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셰일오일은 기술적 한계와 '주주 우선' 경영 전략에 발이 묶인 채 구원투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위기란 곧 생존 문제다. 이란 전쟁 발발 7, 세계 석유 공급로의 심장부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현재 세계 에너지·물류·금융 시장은 동시다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에 달하는 하루 2000만 배럴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셰일오일은 기술적 한계와 '주주 우선' 경영 전략에 발이 묶인 채 구원투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 '중동의 금융 오아시스'로 불리던 아랍에미리트(UAE)까지 이란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자본과 전문인력이 무더기로 빠져나가는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 CNBC, 블룸버그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에너지 위기를 넘어 물류와 금융 시스템을 동시에 마비시키는 복합 충격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동 공급 차질 대비 미국 셰일오일 대응력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동 공급 차질 대비 미국 셰일오일 대응력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미 셰일의 계산된 방관… "40만 배럴 증산으론 2000만 배럴 구멍 못 막는다"


이란 전쟁 개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미국 셰일오일이 중동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IEA는 지난 3(현지시각) 긴급 이사회 직후 공개한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셰일 업계가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공급 여력은 5월 기준 하루 24만 배럴, 하반기 전체를 통틀어도 40만 배럴에 머문다고 밝혔다. 현재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하루 2000만 배럴과 비교하면 2%에 불과한 수치다.

오일프라이스가 5(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보면, 셰일 업체들이 증산 의지를 보이지 않는 배경에는 철저한 수익 계산이 깔려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7달러(114100)를 웃돌고 있음에도 업계 경영진은 신규 시추기 발주에 회의적이다. 브라이언 셰필드 포르멘테라 파트너스 최고경영자는 "시추 계약 체결부터 장비 현장 투입까지 90일이 소요되는데, 그때 가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내려앉으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회사 몫"이라며 선제적 증산에 난색을 보였다. 오히려 이들은 현재의 고유가 국면을 활용해 미래 생산 물량을 선물(先物)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매도하는 헤지 거래에 집중하면서 주주 배당 확대로 이익을 환류시키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주 이상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148200)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셰일 업체들 스스로도 유가가 향후 1년간 75달러(111100) 이상 유지된다는 확신이 서야만 추가 시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멈춰 선 해운 동맥… 컨테이너선 147, 페르시아만에 갇히다

에너지뿐 아니라 물류망도 끊겼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Maersk)6(현지시각) 중동·아시아·유럽을 잇는 핵심 노선 2개의 운항을 전격 중단했다.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선박 통행량이 1월 기준 하루 평균 40척에서 지난 3일 단 1척으로 급감한 데 따른 조치다.

CNBC 6일 보도를 보면,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행선지를 잃은 컨테이너선 147척이 고립된 상태다. 해운사들은 리스크를 피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경유 우회 항로로 전환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운송 기간 연장과 연료비 급등은 즉각 글로벌 해상 운임 폭등과 주요 항만 적체로 이어지고 있다. 해운 시장 분석업체 제네타(Xeneta)는 이번 물류망 혼란이 전 세계 교역에 연쇄 충격을 안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바이의 눈물… '안전 자산' 신화 무너진 중동의 금융 수도


가장 뼈아픈 타격은 중동 자본 허브인 UAE에서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 6일 보도에 따르면, '중동의 스위스'로 불리며 글로벌 고액 자산가와 다국적 기업을 빨아들이던 두바이·아부다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UAE 국방부가 5일까지 집계한 자료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 상당수가 UAE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팜 주메이라 인근 고급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아마존(Amazon) 데이터센터 2개소가 드론 공격으로 파손되면서 수십 년간 쌓아온 '안전 도시'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인재 채용 전문가 애쉬윈 아닐은 "두바이 이주를 타진하던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업계 종사자 절반 이상이 이주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2019년 이후 70% 넘게 폭등하며 부()의 상징이 됐던 두바이 부동산 시장도 급랭하고 있다. 현지 최대 부동산 개발사 에마르(Emaar) 등 주요 건설주는 이틀 새 10% 이상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공포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마틴 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객원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지닌 회복 탄력성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지정학적 입지가 갖는 구조적 위험이 재부각되면서 글로벌 자본의 대이동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직격탄 우려… 한국, 유가 100달러 땐 성장률 0.3%p 추락


중동발 공급 충격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한국은 전체 원유 도입량의 70%,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량의 20.4%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가장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경우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2%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이중고가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에서는 봉쇄 장기화 시 에너지 수급 차질에 더해 중동 수출길 봉쇄, ·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거시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정제마진 상승과 재고 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사태가 한 달을 넘어서면 원재료 부담과 수요 위축이 겹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정부가 1억 배럴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포함한 비상 대응책을 가동 중이지만, 공급망의 근본적 기능 정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유가 충격이 아니다. 에너지·물류·금융이 동시에 흔들리는 '3중 공급망 붕괴'라는 점에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는 차원이 다르다. 호르무즈 봉쇄가 언제 풀리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올해 성적표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 모두 '한 달짜리 위기'가 아닌 '장기전'을 전제로 대응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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