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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준 개혁론자 워시 의장 지명..."9조 달러 대차대조표 절반 이하로"

양적완화 비판 전직 총재, 상원 인준 앞두고 연준 대수술 예고
1951년 재무부 협정 재검토·인력 감축 추진...시장 충격·내부 저항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 이번 지명은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체제 교체'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 이번 지명은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체제 교체'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가 중앙은행의 역할을 전면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현지시간) 워시가 상원 인준을 거쳐 의장직에 오르면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확대한 기능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시는 전직 연준 총재로, 수년간 연준이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본래 임무를 벗어나 과도하게 권한을 확대했다고 비판해왔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역시 최근 연준의 "기능 획득"을 문제 삼아왔는데, 이런 인식이 워시 지명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9조 달러 찍은 대차대조표, 대폭 축소 천명


워시가 가장 강하게 비판해온 대상은 연준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이다. 연준은 대규모 채권 매입을 통해 대차대조표 규모를 20089000억 달러(1305조 원)에서 최고 9조 달러(13095조 원)까지 늘렸다. 현재는 3년간 양적긴축(QT)을 거쳐 66000억 달러(9576조 원) 수준이다.

워시는 지난해 4"연이은 양적완화 프로그램 탓에 정치인들이 중앙은행의 금융비용 보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재정지출을 훨씬 쉽게 늘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차대조표를 현재보다 훨씬 더 줄이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는데, 이는 2019년 연준이 보유 국채를 줄이려 했을 때 시장이 격렬하게 반응했던 경험이 있는 금리 결정 위원들과 긴장을 빚을 전망이다.

시카고대 교수이자 인도중앙은행 전 총재인 라구 라잔은 FT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데 중앙은행이 국채를 대량 매입한다면, 이것이 통화정책인지 재정금융인지 구분이 언제까지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라잔은 워시와 함께 주요 금융인사 싱크탱크인 30인회(Group of Thirty) 회원이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일한 하버드대 제이슨 퍼먼 교수는 "시장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알려줄 것"이라며 "워시는 대차대조표 축소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작동할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에도 파장 예상


워시의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이 실행되면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국채 보유 축소가 미국 장기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달러 강세를 부추겨 원화 약세와 국내 자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미국 금리 상승이 한국 통화정책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려 해도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2%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수출 중심 한국 경제에는 엇갈린 영향이 예상된다. 원화 약세는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지만, 미국 경제 위축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수출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통화정책 급변 시 한국 수출 기업들의 환 헤지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51년 협정 재검토·실시간 정보 수집 강화


워시는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 기반으로 여겨지는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대차대조표 통제권 일부를 재무부에 넘기는 방식으로 중앙은행의 권한과 규모를 줄인 협정 재확인을 원한다고 말했다.

워시가 이사로 있는 UPS의 캐럴 토메 최고경영자(CEO)FT와 인터뷰에서 "그는 연준 직원들이 더 많은 실시간 정보를 수집해 시차가 긴 공식 정부 통계에 덜 의존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시는 인공지능(AI) 주도 생산성 붐이 인플레이션 없이 미국 근로자 임금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의 견해가 옳은지 확인하는 작업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와튼스쿨 모하메드 엘 에리언 교수는 "AI와 로봇공학, 생명과학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전문가 조직을 갖게 될 텐데, 이미 중앙은행 노력의 상당 부분을 그 방향으로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인력 감축에 내부 저항 예상


연준 실무진은 워시가 트럼프 행정부 방침에 따라 연준 인력도 감축하려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가 지명한 미셸 보먼 금융감독 부의장은 워싱턴 본부 감독 인력을 30% 줄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워시 주도 개혁이 백악관과 연준의 공개 갈등을 잠재울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에버코어ISI 부회장이자 뉴욕연준 출신인 크리슈나 구하는 "워시의 의도는 연준을 재편하고 경제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며 "매우 빠르게 진행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가(MAGA) 정권 교체' 정신으로 접근하면 시스템 내 저항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선의의 개선 시도로 접근하면 많은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 제이 파월 연준 의장을 형사 고발한 상황에서 중앙은행 내 행정부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 워시가 얼마나 빨리 자신의 구상을 실행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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