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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 9.6의 '괴물'…SR-71도 제친 NASA X-43A, 美 극초음속 무기의 '아버지' 되다

2004년 스크램제트 엔진으로 마하 9.6 기록…공기흡입식 항공기 역사상 최고 속도
B-52 폭격기와 로켓 부스터의 도움 받아 발사…"시뮬레이션으론 알 수 없는 '열 관리' 데이터 확보"
오늘날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의 기원…'핵 모호성'이라는 전략적 숙제도 남겨
NASA의 무인 극초음속 실험기 X-43A(하이퍼-X) 상상도. 스크램제트 추진으로 2004년 마하 9.6을 기록해 공기흡입식 항공기 최고 속도 기록을 세웠다. 이 실증 데이터는 이후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결정적 토대를 제공했다. 사진=NASA이미지 확대보기
NASA의 무인 극초음속 실험기 X-43A(하이퍼-X) 상상도. 스크램제트 추진으로 2004년 마하 9.6을 기록해 공기흡입식 항공기 최고 속도 기록을 세웠다. 이 실증 데이터는 이후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결정적 토대를 제공했다. 사진=NASA

전설적인 정찰기 SR-71 '블랙버드'가 마하 3.2의 속도로 냉전의 하늘을 지배했다면, 그로부터 수십 년 뒤 등장한 한 무인 실험기는 그 기록을 세 배나 뛰어넘으며 인류에게 '극초음속(Hypersonic)'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X-43A다.

최근 칼렙 라슨(Caleb Larson)의 분석에 따르면, 단 세 번의 비행만으로 퇴역한 이 실험기가 남긴 유산은 오늘날 미국이 추진 중인 극초음속 무기 개발의 핵심 토대가 되고 있다. 2004년 마지막 비행에서 마하 9.6(음속의 9.6배)이라는 경이로운 속도를 기록하며 기네스북에 등재된 X-43A는 단순한 항공기가 아니라,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기술적 이정표였다.

공기를 들이마시며 마하 9를 돌파하다…스크램제트의 혁명


X-43A의 핵심은 '스크램제트(Scramjet)' 엔진에 있다. 일반적인 로켓은 산소통을 싣고 다니며 연료를 태우지만, 스크램제트는 대기 중의 산소를 흡입해 연소한다. 이를 '공기흡입식(Air-breathing)' 엔진이라 부른다.
X-43A는 엔진 내부로 들어오는 공기의 속도를 초음속으로 유지하면서 연료를 분사해 연소시키는 고난도 기술을 실현했다. 이를 통해 기존 로켓 추진 항공기인 X-15(마하 6.7)는 물론, 유인 항공기 최고 속도인 SR-71(마하 3.2)을 압도하는 마하 9.6의 속도를 달성했다. 이는 서울에서 뉴욕까지 1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다.

B-52에서 투하, 로켓으로 가속…극한의 실험


X-43A는 스스로 이륙하지 못했다. 거대한 B-52 스트라토포트리스 폭격기 날개 아래 매달려 고공으로 이동한 뒤, 페가수스 로켓 부스터에 실려 발사되는 방식을 택했다.

로켓이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가속해 주면, 그제야 X-43A가 분리되어 독자적인 스크램제트 엔진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NASA가 2억 3000만 달러(약 3300억 원)를 들여 이 위험한 실험을 감행한 이유는 명확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는 마하 5 이상의 속도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마찰열과 엔진 성능 변화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X-43A는 실제 비행을 통해 귀중한 열 관리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는 현대 극초음속 무기 설계의 '바이블'이 되었다.

X-43A가 남긴 숙제…기술적 한계와 '핵의 공포'

X-43A의 유산은 오늘날의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HCM)과 활공체(HGV)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난관은 여전하다. 미 의회조사국(CRS)과 의회예산국(CBO)은 초기 극초음속 무기가 고속 이동 중 발생하는 열 문제와 센서의 한계로 인해 이동 표적을 정확히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핵 모호성(Nuclear Ambiguity)'이라는 전략적 딜레마다. 극초음속 무기는 재래식 탄두를 탑재했더라도, 그 속도와 궤적 때문에 적국이 이를 핵미사일로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거 미 해군이 트라이던트 미사일의 핵탄두를 재래식 탄두로 교체하려다 핵전쟁 오판 위험 때문에 포기했던 것처럼, 극초음속 무기 역시 "무엇이 날아오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대응해야 하는" 공포를 유발해 우발적 핵전쟁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43A가 증명한 속도의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마하 9.6의 전설은 박물관으로 사라졌지만, 그 기술은 지금도 전 세계의 하늘 위에서 가장 치명적인 형태로 부활하고 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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