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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장벽의 배신… 일자리 덮치고 한국 수출 '비상등' 켰다

지난해 실업률 0.4%p 급등, 경기 침체 없는데도 수십 년 만에 최악
미 기업들, 물가 전가 대신 '채용 동결'로 버티기… 소비 위축 우려
삼성·현대차 등 국내 수출 기업 '직격탄'… "현지 투자 전략 재점검해야"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강행한 고율 관세 정책이 당초 우려했던 '물가 폭등' 대신 '고용 한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강행한 고율 관세 정책이 당초 우려했던 '물가 폭등' 대신 '고용 한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강행한 고율 관세 정책이 당초 우려했던 '물가 폭등' 대신 '고용 한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10(현지시각) 지난해 미국의 실업률이 4.4%까지 치솟으며, 경기 침체기가 아님에도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고용 성장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무차별적인 관세 장벽이 소비자 물가보다는 기업의 이익 구조를 훼손해 채용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에도 '소비 절벽'의 경고등이 켜졌다.

예측 빗나간 경제 지표, 고용 시장 강타


지난해 미국 경제 성적표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당시 경제학자 대다수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소고기나 커피 등 일부 수입 품목 가격만 올랐을 뿐 전반적인 물가 지표는 안정세를 유지했다.

문제는 고용이었다. 지난 금요일 발표된 12월 고용 보고서를 보면, 미국 실업률은 1년 사이 0.4% 포인트나 뛰어올라 4.4%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침체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업률이 이토록 가파르게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무역 환경 속에서 몸을 사린 결과로 풀이된다.

션 스네이스(Sean Snaith)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정부 정책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이 채용을 멈추거나 인력을 줄이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존 본능"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고육지책', 왜 채용을 멈췄나


이번 '고용 쇼크'의 핵심 원인은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었다. 많은 기업은 관세로 높아진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바로 반영하는 대신, 스스로 떠안는 쪽을 택했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선택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는 이바지했지만, 기업 수익성에는 치명타를 입혔다. 수익이 줄어든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전면 중단하고 채용 문을 닫아거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나섰다.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선임 경제학자는 "기업들이 높아진 수입 원가 탓에 수익성이 나빠지자 투자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기존에 이익을 내던 사업조차 적자로 돌아서면서 신규 투자를 주저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Beige Book)'을 보면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관세 정책이 주는 불확실성 탓에 고객들이 주문을 줄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예측 불가능한 정책'이 기업의 손발을 묶고, 이것이 고용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한국 기업에 튀는 불똥… 삼성·현대차 '긴장'


미국의 고용 한파는 태평양 건너 한국 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 내 일자리 감소는 곧 미국 가계의 소득 감소와 소비 여력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간판 수출 기업들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반도체와 가전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나 전기차·내연기관차를 판매하는 현대자동차 등은 미국의 소비 심리 위축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미국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같은 고가 내구재 소비부터 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 전략이다. 텍사스나 조지아 등지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건설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비용 압박''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거나 인력을 채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투자나 고용 일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무역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 한국산 중간재 수요도 덩달아 감소한다""단순히 환율이나 관세 문제를 넘어, 미국 내수 시장 침체 시나리오에 대비한 정교한 수출 전략 수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방대법원 판결이 '스모킹 건' 꽉 막힌 미국 고용 시장과 한국 기업들의 수출 우려를 해소할 유일한 변수는 사법부의 판단이다. 현재 연방대법원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가 정당한지를 다투는 소송이 계류 중이다.

만약 대법원이 관세 부과를 무효로 판결한다면, 기업들은 그동안 납부했던 막대한 관세액을 돌려받을 길이 열린다. 월가 전문가들은 "관세 환급이 현실화하면 기업들의 자금난이 해소되고, 멈췄던 투자와 채용이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위축됐던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도 다시 숨통을 틔워줄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해, 당분간 한·미 경제계의 긴장감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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