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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괴물, 물가는 뇌관”… 美 경제, 2026년 ‘시계제로’ 공포

GDP 4.3% 폭주, ‘노 랜딩’ 현실화… 고소득층·AI가 멱살 잡고 끌었다
고용 식는데 성장은 뜀박질… ‘생산성 혁명’인가 통계 착시인가
‘트럼프 관세·현금 살포’ 인플레 기름 붓나… 내년 물가 3.5% 경고등
미국 경제가 고금리라는 중력을 거스르며 기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침체는 없다(No Landing)’는 낙관론에 불을 지폈지만, 수면 아래서는 ‘인플레이션 재발’이라는 시한폭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경제가 고금리라는 중력을 거스르며 기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침체는 없다(No Landing)’는 낙관론에 불을 지폈지만, 수면 아래서는 ‘인플레이션 재발’이라는 시한폭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경제가 고금리라는 중력을 거스르며 기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침체는 없다(No Landing)’는 낙관론에 불을 지폈지만, 수면 아래서는 인플레이션 재발이라는 시한폭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성장은 뜨겁고 물가는 다시 꿈틀대는 이른바 고압 경제의 역습이 2026년 미국을 덮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지난 24(현지시각) 상무부 데이터와 월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강력한 수요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맹위를 떨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를 안갯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K자형 양극화가 만든 착시 성장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4.3%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자 최근 2년 사이 가장 큰 폭의 확장세다. 변동성이 큰 무역과 재고 부문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민간 국내 최종 구매자 대상 실질 판매역시 3% 증가하며 탄탄한 수요를 증명했다.

이번 성장의 일등 공신은 고소득층 소비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였다. 조 브루수엘라스 RSM U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소득층 주도의 가계 소비와 AI 관련 투자가 전체 성장의 약 70%를 차지했다전형적인 ‘K자형경제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은 고금리나 노동시장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해 소비를 줄이지 않았고, 기업들은 자동화와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주식시장 호황과 집값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도 소비를 떠받쳤다. 가계 자산 가치가 오르면서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찰스 리버맨 어드바이저스 캐피털 창업자는 “2분기에 크게 줄었던 재고가 3분기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이는 앞으로 기업들이 재고를 다시 쌓아야 한다는 의미로, 향후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 없는 성장… AI발 생산성 혁명인가


주목할 점은 고용 시장이 식어가는데도 성장은 가속화하는 기현상이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좋으면 일자리가 늘어야 하지만, 최근 미국은 신규 고용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 지표가 꺾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를 생산성 향상으로 풀이한다. 기업들이 인력을 늘리는 대신 기술과 AI 장비 등 자본 집약적 투자를 늘려 생산량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민자 유입 증가와 긱 워커(초단기 근로자)’ 확산 등으로 기존 노동 통계가 경제의 실제 활력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 나이트리 ING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기술주 중심의 주식시장이 흔들리면 대출 여건이 빡빡해지고, 이는 고소득층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가구가 미국 전체 부의 70%를 소유하고 있어, 자산 시장 변동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다시 3%대 물가 공습… 트럼프발 인플레온다


문제는 다시 꿈틀대는 물가다. 겉으로 보기에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7%로 안정된 듯 보이지만, 이는 통계적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데이터 수집이 지연됐고, 9월 가격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다 쓴 항목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루 소놀라 피치레이팅스 미국 경제 연구 책임자는 내년 CPI 상승률이 최고 3.4~3.5%에 이르고, 2026년 말까지 3%대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내년 상반기 3.1%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를 자극할 요인은 곳곳에 널려 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정책이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다. 월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이미 관세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세금 환급 확대 조치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가구당 2000달러(290만 원) 관세 환급 수표지급안도 물가상승 압력을 키울 뇌관이다.

웨인 와인가든 태평양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선거를 의식한 현금 살포식 부양책은 수요를 인위적으로 부풀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부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장은 뜨겁고 물가는 오르는 2026, 연준은 진퇴양난에 빠질 공산이 크다.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가 겁나고, 올리자니 경기 침체가 두려운 상황. 기존 경제학 교과서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새로운 경제 국면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던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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