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85% 독점 텅스텐 시장에 균열...비중국산 공급 20% 담당 전망
항공우주·반도체·방산 핵심소재 확보...광산 수명 90년 자원안보 강화
항공우주·반도체·방산 핵심소재 확보...광산 수명 90년 자원안보 강화
이미지 확대보기연 4000t 생산으로 글로벌 공급망 판도 변화 예고
상동 광산은 곧 텅스텐 정광 생산을 시작한다. 알몬티대한중석은 현재 영월 상동읍 구래리 옛 상동광업소 자리에서 선광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올해 말 정상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몬티는 지난 5월 독일 KfW IPEX-은행에서 7510만 달러(약 1100억 원) 대출의 마지막 돈을 받아 광산 건설을 사실상 끝냈다고 밝혔다.
이미지 확대보기상동 광산은 1916년 발견돼 1970~1980년대 전성기에는 연간 4000~5000t을 생산하며 한국 전체 수출의 50% 이상을 담당했다. 1980년대 중국의 저가 텅스텐 공세로 경쟁력을 잃으면서 1994년 문을 닫았다.캐나다 알몬티 인더스트리즈(시가총액 25억6600만 달러·약 3조7600억 원)가 2015년 광업권을 확보한 뒤 재개발을 시작했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1300억 원 가까이 투자했다.
상동 광산의 경쟁력은 품질에 있다. 광석 품위가 0.45~0.50%로 중국 평균 0.19%와 세계 평균 0.18%보다 2.5배 이상 높다. 또한 회중석(슐라이트) 광상으로 중국의 흑중석(울프람석) 광상보다 부상 농축법에 효과가 높아 순도 65~75%의 고품질 정광을 생산할 수 있다. 광산 수명도 90년 이상으로 장기적 안정 공급이 가능하다.
지난해 7월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유우종 알몬티대한중석 부사장은 "2027년까지 영월군에 산화 텅스텐 생산 공장을 완성해 국내 텅스텐 제품 생산 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상동 광산의 연간 생산 목표는 2300~4000t(WO₃ 기준)으로, 완전 가동 시 비중국산 텅스텐 공급의 10~20%를 담당하게 된다. 이는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텅스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텅스텐 생산 재개가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스 블랙 알몬티인더스트리즈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유럽연합·한국 방위 수요 충당에는 문제없다"면서도 "한국의 중국 텅스텐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상동광산 텅스텐이 본격 채굴되면 한국에도 안정 공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항공우주부터 반도체까지, 전략 광물 수요 급증
텅스텐은 모든 순수 금속 가운데 가장 높은 녹는점(섭씨 3695도과 1㎤당 19.25g의 밀도를 가진 핵심 소재다. 극한의 온도 저항성과 뛰어난 밀도 덕분에 반도체와 무기 등 첨단 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텅스텐 시장에서 경금속 카바이드 공구가 전체 소비의 약 50%를 차지한다. 이 공구들은 섭씨 1000도를 넘는 온도에서도 절단 효율과 경도를 유지해 항공우주 제조용 티타늄 합금과 탄소섬유 복합재 가공에 필수이다. 강철과 합금 생산에는 약 20%가 사용되며, 항공우주 분야 고압 터빈 블레이드에 쓰이는 텅스텐-레늄 초합금은 15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디는 내열성이 뛰어나다.
반도체 제조에서도 텅스텐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5나노미터 미만 집적회로에서 상호 연결자와 비아(Via,전기 신호가 다른 층 간에 전달되거나 연결되도록 하는 구조물)로 사용되며, 낮은 저항률과 열 안정성이 장치 성능에 매우 중요하다. 방산 분야에서는 장갑 관통탄에 활용되는데, 텅스텐 합금의 뛰어난 밀도와 경도 특성 때문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방산 산업의 텅스텐 사용량은 최근 10년간 거의 2배로 늘었다. 글로벌 텅스텐 시장 규모는 지난해 450억 달러(약 65조9700억 원)로 평가됐으며, 2033년까지 680억 달러(약 99조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85% 독점 텅스텐 시장, 공급망 취약성 심각
글로벌 텅스텐 시장은 중국에 대한 위험한 의존도를 보인다. 중국은 전 세계 정제 텅스텐 생산의 80~85%를 통제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약 3만3000~3만5000t을 생산했다. 이는 전 세계 총 생산량 4만1000~4만2000t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치다. 중국은 또한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약 60%인 280만~300만t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 부문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극심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정제 용량의 약 75%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약 3만~3만2000t을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독일과 일본, 미국 등 서방 경금속 공구 제조업체들은 정제 텅스텐의 60~75%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어 공급망 취약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약 8000t의 텅스텐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이 텅스텐을 포함한 전략 광물 5종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들어 유럽 현물 시장에서 텅스텐의 주요 중간 원료인 암모늄파라텅스텐(APT) 가격은 1t당 400달러(약 58만 원)를 넘어서며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중국 의존도 줄이고 자원 안보 강화 기회
한국 정부는 텅스텐을 포함한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23년 텅스텐을 포함한 33종의 핵심 광물을 지정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상동광산 인근 산솔면을 제2차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해 핵심소재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자원 전문가들은 상동 광산 재가동이 한국의 자원 안보 강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원경제학회 발표 연구 내용에 따르면, 상동 광산 개발로 인한 타 산업 생산 유발 효과는 1.6배이며, 채용 인원 1명당 국내 타 산업에 미치는 고용 효과는 6명 정도다.
과제도 남아 있다. 상동 광산에서 생산되는 텅스텐 정광을 고순도 제품으로 가공하는 산화 텅스텐 공장은 2027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정광을 수출한 뒤 다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알몬티가 외국 기업이어서 핵심 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력 확보 방안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상동 텅스텐 광산 재가동은 단순한 광산 개발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극심한 전략 광물 시장에서 한국이 새로운 공급원으로 부상하면서, 항공우주와 반도체, 방산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