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엔비디아 주가가 9일(현지시각) H200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중국 수출 허가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횡보세를 보였다.
전날 정규거래를 전일비 1.73% 상승한 185.57달러로 마감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200 반도체 중국 수출을 조건부로 승인한다고 발표하자 시간외 거래에서 2% 넘게 뛰었던 주가가 9일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오전 장에서 전일비 0.09% 오른 185.72달러를 기록한 뒤 이후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H200 반도체 대중 수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엔비디아 반도체를 중국이 원할지는 알 수 없다는 우려가 엔비디아 주가 상승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나서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 반도체를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특히 이날 미 당국이 엔비디아 반도체 대량 대중 밀수 사건을 적발한 것도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가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국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 AI 업체들의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는 식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엔비디아는 0.31% 내린 184.97달러로 마감했다.
H200 반도체는 ‘독배’(?)
미국이 H200 반도체 대중 수출을 허가했지만 중국이 수입할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이 자국 기업들의 H200 접근을 제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그럴 것이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H200은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최첨단 AI 반도체이지만 중국은 섣불리 H200을 탐닉하기 어렵다.
이번 미·중 갈등에서 드러났듯 미국은 중국이 AI 경쟁에서 미국에 승리하는 것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고, 언제든 첨단 AI 반도체 대중 수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중국이 확인했다.
H200 반도체는 현재 중국이 접근할 수 있는 최고의 AI 반도체 기술인 것은 맞지만 미국에 휘둘리는 길로 가는 ‘독배’나 다름없다고 중국이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 기술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길로 이미 들어섰다.
버스는 떠났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닐 샤 파트너는 9일 CNBC와 인터뷰에서 “전략적 기차가 이미 역을 떠났다”고 말했다.
샤는 미국의 허가로 엔비디아의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이 재개되기는 하겠지만 급격한 매출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전략적 기차가 이미 역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은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 화웨이가 제조한 AI 반도체 제품들이 엔비디아의 H200 반도체와 견줄 정도가 된 것으로 판단했다.
화웨이는 H200 대항마인 어센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고,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다른 중국 빅테크들은 이미 비축한 엔비디아 반도체와 토종 반도체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중국이 굳이 정책을 틀어가며 엔비디아 반도체에 목을 맬 이유는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미 종속 벗어나 토종 생태계 구축
카운터포인트의 샤는 중국 기술 생태계가 기술력, 성능, 기능 등 실질적인 능력에서 우려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제 AI 하드웨어인 반도체부터 그 위에 구축되는 모든 소프트웨어 기술 계층까지 전반적인 영역에서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단순히 미 기술을 복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국의 환경과 필요에 맞게 맞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이 엔비디아 H200 반도체에 문을 열어주면 이는 엔비디아 반도체에 종속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이 언제든 수출 통제 칼을 빼 들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종속은 매우 위험하다.
미국이 H200 반도체 대중 수출을 허용했다고 해도 중국은 최소한의 수요만 충족하는 선에서 수입을 허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래도 안 살 수는 없다
중국은 제한적이기는 하겠지만 엔비디아 H200 반도체를 결국 수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 재개를 허가한 이전 버전 H20에 비해 H200은 훨씬 더 강력한 성능을 가졌고, 중국 토종 업체들의 반도체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중국 토종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일정 정도의 엔비디아 H200 반도체 수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웨이 어센드 반도체가 H200에 필적할 만한 성능을 내고 있다고 황 CEO가 말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성능, 전력 효율성 등에서 중국 반도체는 엔비디아나 AMD 반도체에 크게 밀린다.
이날 미 연방검찰이 엔비디아 AI 반도체 대중 밀수 루트를 폐쇄한 것도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중국에서 활발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 검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1억6000만 달러가 넘는 규모의 엔비디아 AI 반도체 대중 밀수 사건을 적발했다. 중국계 미국인, 중국계 캐나다인 등이 연루된 사건으로 이들은 운송서류를 위조해 엔비디아 반도체를 다른 품목으로 허위 분류하고, 최종 목적지도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