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AI 매출 199억 달러·오라클 클라우드 50% 폭증 전망
빅테크 '맞춤형 칩'과 '전용 클라우드'로 틈새시장 장악
한국 메모리·전력기기 업계 낙수효과 기대... 투자 재원 확보는 과제
빅테크 '맞춤형 칩'과 '전용 클라우드'로 틈새시장 장악
한국 메모리·전력기기 업계 낙수효과 기대... 투자 재원 확보는 과제
이미지 확대보기이 매체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과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 두 '거장'이 이끄는 기업이 AI라는 신성장 동력을 통해 어떻게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지 주목했다. 이번 실적 발표는 초기 단계인 AI 인프라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브로드컴, '맞춤형 칩'으로 엔비디아 빈틈 파고든다
브로드컴은 엔비디아가 장악한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과는 다른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디 인포메이션은 브로드컴의 2025 회계연도 1~3분기 AI 관련 매출이 60%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자료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의 이번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4% 증가한 175억 달러(약 25조 7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특히 2025 회계연도 전체 AI 매출은 199억 달러(약 29조 2500억 원)를 기록해, 2024 회계연도의 122억 달러(약 17조 9300억 원)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호크 탄 브로드컴 CEO는 지난해 12월, AI 칩 및 네트워킹 시장 규모가 2027년까지 600억 달러(약 88조 1800억 원)에서 900억 달러(약 132조 2700억 원) 사이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구글(Google)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서비스 구동을 위해 브로드컴의 맞춤형 칩 도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분석가들은 "엔비디아가 분기 매출 570억 달러(약 83조 7000억 원)를 기록하며 시장을 압도하고 있지만, 브로드컴은 구글의 TPU(텐서처리장치)와 같은 특정 고객 맞춤형 칩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했다"라며 "AI 매출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으로 확대된 점은 회사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오라클, 클라우드 수주 잭팟... 관건은 '투자 실탄'
오라클 역시 생성형 AI 열풍에 힘입어 클라우드 사업 부문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에 비해 후발 주자지만, 최근 몇 분기 동안 클라우드 부문 성장률은 50%를 웃돌았다.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은 지난 9월 체결한 대규모 계약들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클라우드 매출을 1440억 달러(약 211조 6300억 원)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픈AI(OpenAI)를 포함한 주요 AI 기업들이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S&P는 오라클의 이번 분기 전체 매출이 14.8%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과거 한 자릿수 성장률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개선세다.
다만,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자금 조달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오라클이 막대한 설비투자(CAPEX)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오라클 주가가 약세를 보인 배경에도 이러한 재무적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시장, '실체 있는 숫자'에 주목할 때
이번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는 한국의 반도체 및 AI 관련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첫째, 브로드컴의 실적 호조는 '맞춤형 AI 반도체' 생태계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디자인하우스(DSP) 및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브로드컴의 성장은 빅테크 기업들이 범용 GPU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칩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신호이므로, 파운드리와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수혜 여부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둘째,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확장은 전력 효율화와 관련된 전력기기 및 냉각 시스템 분야의 수요 증가를 예고한다. 국내 변압기 및 전선 업체, 그리고 데이터센터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공급하는 기업들의 실적 연동성을 주목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전문가는 "AI 거품론이 제기되는 현시점에서,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라며 "브로드컴과 오라클이 제시하는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는 내년도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의 강도를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