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정보 기반 항법 기술로 300W급 재밍 공격 극복, 전자전을 소부대 단위로 확장
통신 두절 상황에서 적 위치 시각화, 즉각 타격으로 연결, 미래 보병 전술의 핵심 전망
통신 두절 상황에서 적 위치 시각화, 즉각 타격으로 연결, 미래 보병 전술의 핵심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방산 전문매체 넥스트젠 디펜스는 4일(현지시간) 방산기업 CX2가 GPS 거부(GPS-denied) 환경에서 적대적 전파 발신원을 추적할 수 있는 경량 전자전(EW) 시스템 ‘레이스(Wraith)’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공개한 레이스는 무게가 약 14.5kg에 불과한 ‘그룹 2’ 무인항공시스템(UAS)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분쟁에서 GPS 재밍(전파 방해)이 일상화하면서 무용지물이 되는 기존 드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300W급 재밍 뚫고 ‘시각 항법’으로 표적 식별
레이스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전파 방해를 뚫고 작전을 수행하는 생존성이다. CX2가 공개한 제원에 따르면 이 드론은 다중 대역 위성항법시스템(GNSS)과 함께 ‘시각 정보 기반 항법(Visual Odometry)’ 기술을 탑재했다.
일반적인 드론이 GPS 신호에 의존해 비행하다가 재밍 공격을 받으면 추락하거나 제어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과 달리, 레이스는 카메라가 지형지물을 인식해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비행을 지속한다.
실제 미군이 주관한 평가에서 레이스의 성능은 입증됐다. 넥스트젠 디펜스는 “최근 진행한 시험 평가에서 레이스는 300와트(W)급 GPS 재머(Jammer)가 작동하는 극한의 전파 방해 환경에서도 비가시권(BVLOS)에 있는 전파 발신원을 성공적으로 탐지하고 위치를 특정했다”고 전했다.
탐지한 정보는 즉시 시각화한다. 기체 내부의 고성능 프로세서가 수집한 무선 주파수(RF) 신호를 분석해 ‘스펙트럼 열지도(Spectral Heatmap)’를 생성한다. 조종사는 이 지도를 통해 적의 통신 장비나 레이더가 어디서 작동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듯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분대급 전자전의 ‘게임 체인저’... 2명이 몇 분 내 이륙
CX2 측은 “모든 부품은 미군 군사 표준(Mil-Spec)을 충족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훈련 없이도 병사들이 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용 절차를 ‘이륙→지도화(매핑)→확인→타격’의 4단계로 단순화했다.
이는 현대전의 핵심인 ‘킬 체인(Kill Chain·탐지 후 타격)’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적의 전파 발신 위치를 확인하는 즉시 아군 포병이나 타격 자산에 좌표를 전송해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전장의 시각화”... 미래 전장의 필수 요건
전문가들은 레이스와 같은 소형 전자전 플랫폼의 등장이 미래 전장의 양상을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포터 스미스(Porter Smith) CX2 공동창업자는 이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레이스는 지상군이 ‘보이지 않는 전장’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전장의 모든 자산은 전파를 발산한다”며 “핵심 전파원을 찾을 수 있다면 곧바로 타격 순환체계(Kill Chain)를 가동할 수 있다. 레이스는 아군의 다른 자산이 눈이 멀었을 때도 이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드론과 전자전 장비의 경량화·지능화가 화두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확인했듯, 거창한 전략 무기보다 보병이 휴대할 수 있는 드론 한 대가 전세를 뒤집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GPS 유도 무기체계가 재밍 기술 발달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시각 항법 등 대체 기술을 적용한 소형 정찰 자산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CX2의 레이스 공개는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맞춘 발 빠른 행보로 풀이된다.
K-방산 전자전의 현주소, ‘방패’에서 ‘창’으로의 진화
현재 한국 방위산업의 전자전 기술은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을 양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LIG넥스원이 2026년 1월 사업 완료 목표로 고도화 중인 ‘소형 무인기 대응 체계(Block-I)’와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소프트 킬(Soft-kill)’ 및 정밀 타격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레이스(Wraith)’와의 결정적 차이는 ‘운용 목적의 확장성’과 ‘극한 환경 생존성’에 있다. 한국의 현용 체계가 주로 적 드론을 무력화하는 ‘방어(Anti-Drone)’나 국가 전략 자산인 대형 ‘전자전기(Electronic Warfare Aircraft)’ 개발에 무게를 둔 반면, 레이스는 분대급에서 적 전파원을 능동적으로 사냥하는 ‘공세적 휴대용 EW 자산’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향후 한국형 전자전 역시 ‘방패’를 넘어 ‘창’으로 진화해야 한다. 개별 병사가 휴대하여 적 통신망을 마비시키고 위치를 시각화하는 ‘초소형·지능형 전자전 공격 드론’ 개발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때, 비로소 미래 전장의 ‘킬 체인(Kill Chain)’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