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AI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았다.
알파벳 구글의 TPU(텐서 처리장치)를 비롯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체 AI 반도체 개발 붐 속에서도 여전히 시장을 탄탄하게 쥐고 있는 엔비디아는 AI 붐을 타고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돈을 긁어 모으고 있다.
엔비디아는 엄청난 자금력을 자사주 매입, 자사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 미래 성장을 위해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돈방석
최근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 시놉시스에 20억 달러 지분 투자를 했고, 핀란드 노키아에 10억 달러, 미국 인텔에 50억 달러를 투입했다.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는 1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확정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본격적인 AI 시대를 연 오픈AI에는 수년에 걸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확정되지 않은 오픈AI 투자를 제외하고 시놉시스, 노키아, 인텔, 앤트로픽 4개 업체에 대한 투자액만 180억 달러에 이른다.
180억 달러는 세계 3대 음반사인 워너 뮤직 그룹(WMG), 발전기 업체 제너랙 시가총액과 맞먹고, 음식 배달업체 도어대시 전체 시총을 웃도는 규모다.
엔비디아는 2022년 11월 말 오픈AI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반도체)를 기반으로 챗GPT-3.5를 공개한 뒤 엄청난 수요에 맞닥뜨리며 돈을 쓸어 모았다.
이듬해인 2023년 1월 133억 달러이던 현금 보유액이 지난 10월 말 현재 606억 달러로 폭증했다.
엔비디아는 오픈AI가 챗GPT로 AI 시대의 문을 열자 게임기에 반도체를 공급하던 업체에서 AI 군비경쟁의 최정점에 선 업체로 변모했고, 시가총액 세계 1위 업체로 부상했다.
향후 전망도 장밋빛이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올해에만 968억5000만 달러, 향후 3년 동안에는 57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엔비디아의 막대한 현금은 주주 이익을 높이기 위한 자사주 매입에 투입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8월 자사주 매입 규모를 600억 달러 더 늘렸다. 올 1~9월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만 370억 달러를 썼다.
멜리우스 리서치 애널리스트 벤 리치스는 1일 분석노트에서 엔비디아가 앞으로 수년 동안 6000억 달러가 넘는 FCF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이는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자사주를 계속 매입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생태계 확장
엔비디아의 막대한 현금이라는 실탄은 자체 생태계 확대에도 투입되고 있다. AI 반도체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2020년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암(ARM) 인수에 나섰다가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뒤 대규모 인수합병(M&A) 대신 투자를 통해 이 쿠다 생태계를 확대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가 정말로 중요한 작업이라면서 오픈AI 같이 엔비디아 투자를 받은 업체가 성장하면 이는 엔비디아 반도체 소비 확대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엔비디아가 했던 모든 투자는 쿠다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고 못 박았다.
엔비디아는 10월 공시에서 비상장 업체들에 82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M&A 대신 지분 투자를 통해 쿠다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생산 역량 확대
엔비디아는 막대한 현금과 강력한 대차대조표가 미래 생산 역량 확대의 초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고객과 공급업체에 신뢰를 줄 수 있다.
엔비디아의 강력한 대차대조표는 엔비디아가 재정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라는 뜻으로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재정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수년 동안 AI 반도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제때 공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수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하이퍼스케일러 같은 대형 고객사들 입장에서 공급사의 안정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엔비디아 공급업체들도 거래 대금을 떼이거나 계약이 이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엔비디아의 막대한 현금과 탄탄한 대차대조표는 미래 성장의 안전판 역할도 한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반도체 생산, 서버 랙 조립 등 협력업체들이 생산 설비와 재고를 확대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럴 때 막대한 초기 자금을 엔비디아가 지원할 수 있다.
협력업체에 선금을 지급하거나 재고 비용을 댈 수도 있고, 시설 투자에 필요한 운전 자본도 빌려 줄 수 있다.
결국 엔비디아의 막대한 현금이 협력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차세대 반도체 적시, 대량 생산의 모태가 되는 것이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