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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인텔, 'ASIC-파운드리' 통합 승부수…'시스템 파운드리'로 AI 영토 확장

AI 경쟁 열세 속, '중앙 엔지니어링 그룹' 신설해 반도체 설계-제조 통합
"x86 생태계 확장"…TSMC·삼성과 첨단공정 경쟁은 '과제'
인텔이 'ASIC-파운드리' 통합 승부수를 띄웠다. AI 경쟁 열세 속에서 '중앙 엔지니어링 그룹'을 신설,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통합해 '시스템 파운드리'로 AI 영토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사진=인텔이미지 확대보기
인텔이 'ASIC-파운드리' 통합 승부수를 띄웠다. AI 경쟁 열세 속에서 '중앙 엔지니어링 그룹'을 신설,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통합해 '시스템 파운드리'로 AI 영토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사진=인텔
반도체 거인 인텔이 'ASIC(주문형 반도체)과 설계' 사업을 차세대 핵심 동력으로 공식 천명했다. 최근 AI(인공지능) 시장 경쟁에서 고전하며 절치부심해 온 인텔이 자사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과 독보적인 x86 아키텍처를 결합, "광범위한 외부 고객"을 확보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중대한 전략 선회로 풀이된다고 IT전문 매체 WCCF테크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텔의 립부 탄(Lip-Bu Tan) CEO는 이 신규 사업이 앞으로 회사 운영에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하며, 빅테크 기업들에 '원스톱' 맞춤형 실리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사업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Intel Foundry Services) 전략과 함께 x86 IP 생태계를 확장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번 전략의 핵심에는 최근 신설된 '중앙 엔지니어링 그룹(CEG)'이 자리하고 있다. CEG는 인텔 내부에 분산되어 있던 모든 엔지니어링 인재를 단일 부서로 통합, '엔지니어들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직이다. 이 중책은 지난 7월 케이던스 시스템즈에서 영입한 스리니 아이옌가(Srini Iyengar)가 맡았다. CEG는 클라이언트, 데이터센터 등 인텔 내 각 부문의 설계 역량을 하나의 엔지니어링 조직으로 통합, 제품 기획부터 설계, 제조, 패키징 간의 병목 현상을 제거하는 '수평 엔지니어링 통합'을 목표로 한다.

겉보기에는 핵심 부서로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인텔 립부 탄 CEO의 발언에 따르면 CEG는 인텔의 완전히 새로운 수익원을 개척하고, AI 반도체 열풍 속에서 저지른 과거의 실수를 만회할 핵심 부서가 될 전망이다.
인텔 립부 탄 CEO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CEG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그는 "[CEG] 그룹이 광범위한 외부 고객에게 특정 목적용 실리콘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의 새로운 ASIC과 설계 서비스 사업 구축을 주도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핵심 x86 IP 범위를 확장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설계 역량을 활용하여 범용 컴퓨팅에서 고정 기능 컴퓨팅에 이르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AMD에 밀린 AI…'설계-파운드리 통합'으로 돌파구


인텔이 ASIC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현 AI 시장에서의 위기감이 자리한다. 현재 인텔은 AI 고객들에게 제시할 만한 경쟁력 있는 제품군이 없다.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꼽히는 '재규어 쇼어스(Jaguar Shores)' AI 가속기 라인업 역시 2027년에야 출시될 예정이다. 이미 엔비디아와 AMD가 견고하게 정의된 AI 하드웨어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인텔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인텔은 당장 직접 경쟁에 나서기보다, 다른 회사들의 맞춤형 ASIC 설계를 지원하는 파트너로서 시장의 '중간 단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텔은 'ASIC'을 돌파구로 삼았다. 인텔은 방대한 실리콘 전문 지식, 독점 x86 IP, 그리고 제조까지 가능한 내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맞춤형 AI 실리콘을 개발하려는 고객사 처지에서는 사실상 모든 필요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샵'을 제공받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브로드컴, 마블, 알칩 등 기존 ASIC 설계 전문 기업들과의 근본적인 차별점이다. 이들 기업은 뛰어난 설계 역량을 갖추었으나 직접 제조 능력이 없다. 반면 인텔은 IFS를 통해 설계, IP, EDA(전자설계자동화) 툴, 제조, 패키징까지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시장의 유일한 기업으로, 고객에게 '원스톱 파운드리 플랫폼'을 제시할 수 있다.

수익 모델 역시 다각화한다. 처음 '설계 수수료(Design Fee)'부터 '제조 수익(Foundry Margin)', 나아가 '패키징과 테스트 서비스'까지 결합한 플랫폼 형태의 장기 수익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다. 또한 이 전략은 인텔의 핵심 자산인 x86 IP를 AI나 네트워킹용 맞춤형 반도체에 이식함으로써, 전통 CPU 시장 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효과도 가진다.

인텔 립부 탄 CEO 자신이 맞춤형 실리콘 비즈니스 모델을 강력히 추진해 온 인물이라는 점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는 케이던스 시스템즈의 전 CEO로서 IP 비즈니스 확장, 설계 툴 생태계 강화, 맞춤형 실리콘(ASIC) 시장 확대를 주도해왔다. 그의 경험과 인맥은 인텔이 이번 신규 사업을 단순 제조가 아닌 "설계·툴·생태계 기반"으로 확장하는 데 결정적 자산이 될 전망이다.

궁극의 '시스템 파운드리'…TSMC·삼성과의 '기술 격차'가 관건


인텔의 새 ASIC 사업은 단순히 맞춤형 칩을 제작하는 수준을 넘어, "설계 + 제조 + IP + 생태계"를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 파운드리 모델'로 나아가려는 중대한 전략 전환점이다. 실행만 제대로 한다면, 공급망의 모든 단계를 책임지는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며 인텔의 차세대 '핵심 먹을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
다만, 이 전략의 성공은 TSMC, 삼성전자 등과의 파운드리 경쟁에서 14A, 18A 등 첨단 공정의 기술 우위와 안정화를 확보하는 데 달려있다. 나아가 하이퍼스케일러, 국방, 차량용 반도체 등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국제 AI 수요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것 역시 중대한 과제로 남아있다. 인텔이 이 기회를 성공으로 현실화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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