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폭탄'에 중국 '희토류 통제' 맞불…정상회담 앞두고 '벼랑 끝 전술'
미국 상장 中기업지수 6% 급락…"상승세 꺾일라" 시장 불안감 고조
미국 상장 中기업지수 6% 급락…"상승세 꺾일라" 시장 불안감 고조

갈등 재점화의 도화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겼다. 그는 지난 금요일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 인상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11월 1일부터 추가 100%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까지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초 중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희토류가 든 제품의 해외 수출 때 수출허가를 받도록 한 맞대응에 따른 보복 조치다.
시장은 즉각 격렬하게 반응했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 지수인 CN ADR 지수는 하루 만에 6% 넘게 급락하며 지난 4월 무역 긴장이 높아진 뒤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도 동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양국의 수출 통제 협상 한가운데 놓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는 5% 가까이 미끄러졌다. 신흥 시장 통화 가치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으며, '중국 대리 통화'로 꼽히는 호주 달러는 1.3%나 떨어졌다.
올해 상승분 반납하나…시장 '과열' 경고도
카로바르 캐피털 LP의 하리스 쿠르시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요일 중국 시장은 개장과 동시에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와 기술 제한 조치가 투자 심리를 곧바로 위축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갈등 격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던 올해 중국 증시의 상승세를 송두리째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항셍 지수는 미국과의 무역 휴전과 인공지능(AI) 분야 영향력 확대에 대한 낙관론 덕분에 2025년에만 31% 급등했다. 특히 알리바바 그룹 홀딩은 100% 넘게, 텐센트 홀딩스는 거의 60% 폭등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2023년까지 4년 내리 이어진 하락세를 마감하고 이룬 극적인 반등이었기에 관세 충격이 현실이 된다면 단기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통화의 기준점 노릇을 해온 위안화의 약세 가능성도 부담이다. 위안화 가치가 흔들릴 경우 아시아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당 7.136위안으로 마감하며 올해 약 2%의 상승분을 지켰지만, 추가 약세 압력에 놓였다.
반면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퍼지면서 안전자산인 중국 국채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11일 중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산한 거래량 속에서 0.5%포인트 떨어지며 4월 뒤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며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들어온 결과다.
정상회담·中 경제정책 회의…향후 변수 '산적'
궈타이쥔안 홍콩의 하오저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하락 뒤 신중한 반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회담 결과가 나오기까지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며 경계했다. 로터스 자산운용의 하오훙 최고투자책임자 역시 "양측 모두 정상회담 협상에 모든 것을 건 상태"라며 "관세 충격이 단기적으로 상승세에 흠집을 내겠지만 길게 보면 상승 방향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버와이스 자산운용의 배리 왕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MSCI 중국 지수가 5개월 내리 올라 2018년 뒤 가장 긴 상승세를 기록한 점을 지적하며, "상승세가 과했던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시장의 방향은 세 가지 핵심 변수가 결정할 전망이다. 첫째는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다. 양측이 희토류와 첨단기술 수출 제한 완화에 합의하면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지만, 회담이 결렬된다면 관세와 수출 규제는 길어질 위험이 크다. 둘째는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중국 공산당의 비공개 회의다. 이 회의에서 산업 투자, 기술 자립, 무역 전략 같은 앞으로 5년의 경제정책 큰 그림을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할 위안화 기준환율이다. 환율 조정을 통해 위안화 가치를 지키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어 외환시장의 방향을 정할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