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사, 관세 폭탄에 직격탄
멕시코발 '50% 관세' 충격파
전문가 "R&D 취약…구조재편 시급"
멕시코발 '50% 관세' 충격파
전문가 "R&D 취약…구조재편 시급"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수출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품업계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조사 결과 미국으로 부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66.3%가 관세 부담을 직접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에 납품하는 구조 특성상 가격 전가가 사실상 불가능해 대부분 업체가 관세를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일부 영세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지며 관세 인상이 장기화되면 도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멕시코 정부의 움직임은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 멕시코는 최근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멕시코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21억5000만 달러(약 2조9670억 원)에 이른다. 기아 멕시코 공장도 상당수 부품을 한국에서 조달해온 만큼 관세가 현실화되면 국내 부품업계 전반이 원가 상승 압박과 경쟁력 약화를 동시에 겪게 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미국이 25% 관세를, 멕시코가 50% 관세를 각각 부과하면 국내 부품사들의 수출길이 크게 막힌다"면서 "멕시코에 대한 부품 수출은 21억 달러 규모로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은 "현대자동차는 현지 생산으로 대응할 수 있고, 일부 대형 협력사도 따라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 부품사는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수출의 20% 이상이 줄어드는 구조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지난 8월 16억7000만 달러(약 2조3046억 원)로 전년 대비 8.9% 감소했다. 일본이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며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한국은 관세와 공급망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는 셈이다.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의 대응 전략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코로나19 이후 완성차 업체들은 각자도생을 선언하며 장기 거래 부품업체 수를 줄여왔다. 이 위원은 "1차 협력업체 수가 2010년 980개에서 지난해 685개로 줄었고, 실제 연구개발(R&D)을 하는 부품사는 500곳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결국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지키려면 부품사 스스로 기술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완성차와의 협력 구조도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