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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5억 달러 연준 궁전' 카드로 파월 의장 흔들기

"법적 해임 한계에 여론전 선택...'중앙은행 독립성' 정면 도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 해임을 강행하려고 하지만 여론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 해임을 강행하려고 하지만 여론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25억 달러(34800억 원) 규모의 연준 본부 건물 개조 사업이 새로운 공격거리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6(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파월 의장의 금리 정책에 불만을 품고 건물 개조비 논란을 통해 그를 몰아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 건물 개조비 논란으로 연준 독립성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사기가 아닌 이상 파월을 해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으나, 백악관은 연준 건물 개조 과정에서 생긴 비용 증가와 고급 마감재 사용 등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연준 설립 법률에 따르면 정책 담당자는 직무 태만이나 비위행위 등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해임할 수 있어 법원을 통한 해임이 어려운 상황이다.

법무 전문가들은 행정부가 법원의 승인을 받을 만한 해임 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 전략은 정치적 타격을 가해 파월 의장이 스스로 사임하거나 금리 정책에서 양보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제임스 블레어 백악관 고위 정치 고문은 지난 15일 소셜미디어에 파월 의장을 마리 앙투아네트로 묘사한 합성 이미지를 공유하며 "베이시스 포인트나 먹으라고 해"라고 조롱했다. 러스 보트 백악관 예산실장은 지난주 파월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의회에서 잘못된 답변을 했거나 지역 계획 위원회에 설계 변경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7일 내 답변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 3명을 해당 계획 위원회에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파월을 지루하고 똑똑하지 못한 사람으로 보지만, 그가 살 궁전이 필요한 사람으로는 않았다"며 비용이 많이 든 건물 개조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 예상치 못한 공사 여건으로 비용 급증


연준은 1937년 완공된 매리너 에클스 건물과 1970년대 건설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건물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 의회로부터 건물 확장이나 개조에 대한 명시적 승인을 받은 연준은 2021년 마틴 건물 개조를 마쳤고, 현재 에클스 건물과 최근 취득한 인근 건물 개조를 진행 중이다.

연준 측은 예상보다 많은 석면 발견, 토양 내 독성 오염물질, 높은 지하수면 등 예기치 못한 공사 여건으로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건축 당국이 기존 건물과의 조화를 위한 설계 변경을 요구한 것도 비용 상승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공간 부족을 보완하려고 지하 면적을 늘린 것도 공사비 증가로 이어졌다고 Fed는 해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23년 이미 이 프로젝트의 비용 초과 문제를 보도했으며, 2년 전부터 워싱턴 시내에서 공사용 크레인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일부 고급 마감재가 비용 상승을 일으켰다는 암시에 대해 해당 사양들이 건물 계획에서 빠졌다고 반박했다.

이번 주 상원 은행위원회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파월 의장은 지난달 패널에서의 답변이 사실이었으며, 계획 위원회와의 협력은 자발적이었고 프로젝트의 재정 감독 권한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준은 자체 건물과 재정, 보안을 통제하고 있어 파월 의장이 법원의 해임 승인이나 트럼프가 지명한 후임자의 상원 인준이 있기 전까지는 Fed 본부에서 계속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어 장기간 제도적 대립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16일 상원에서 "연준 의장 해임은 큰 실수"라며 "Fed 의장을 해임하면 미국의 신뢰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런 일이 생기면 곧바로 반응을 보게 될 것이며, 우리는 이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1972년 대선을 앞두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당시 연준 의장 아서 번스에게 금리를 낮게 유지하도록 압박하려고 번스가 임금과 물가 통제를 제안하면서 동시에 연봉 인상을 추진한다는 거짓 기사를 언론에 흘린 사건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월 의장은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 정치적 간섭 없이 금리를 정할 수 있는 Fed의 능력을 보호하는 것을 임기 잔여 10개월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독립성을 잃은 중앙은행은 금융시장과의 신뢰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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