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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고농축 우라늄 408kg 행방 묘연...각국 우려

미·이스라엘 핵시설 공격 후 비밀 이전 의혹
무기급 직전 60% 농축 물질, 비밀 시설로 이전 가능성 제기
이란의 농축 우라늄 시설 파괴에도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에 대한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의 농축 우라늄 시설 파괴에도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에 대한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의 주요 핵시설들이 공격받은 가운데 무기급에 근접한 408㎏의 고농축 우라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세계 각국이 우려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 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이 비밀 시설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완전히 차단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 미·이스라엘 공격으로 주요 핵시설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심 핵 농축 시설이 완전히, 전적으로 제거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주요 핵시설에 3만 파운드급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한 결과다.

공격 대상이 된 시설들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나탄즈와 포르도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주요 거점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스파한의 세 번째 현장은 핵연료 주기와 저장고 역할을 담당했는데, 미국 잠수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에 공격당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옮기려고 시도했는지, 혹은 옮길 수 있었는지에 대해 며칠 동안은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그것을 옮겼는지 의심스럽다"면서도 "트럭이 어디선가 달려오기 시작하자마자 이스라엘군은 그걸 보았고, 그걸 겨냥해 제거했다"고 덧붙였다.

◇ 고농축 우라늄 비밀 이전 의혹 확산


그러나 이란 정권의 한 내부자는 "우리의 농축 우라늄을 그 현장에 보관하는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이란이 공격에 대비해 미리 고농축 우라늄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란을 담당했던 전직 미국 고위 관리인 리처드 네퓨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운명은 농축 우라늄이 어디에 있는지에 달려 있다"면서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그 물질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네퓨는 "우리가 그것을 곧 찾아낼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몇 달 이상 지연됐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전 이란 전문가인 시마 샤인은 이란이 농축 물질을 옮겼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샤인은 "그들은 어딘가에 충분한 농축 우라늄을 가지고 있으며, 언젠가 핵시설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딘가에 고급 원심분리기를 가져갔다"면서 "미국인들이 뭐라고 하든 프로그램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라늄 비축량이 60%까지 농축됐다는 것은 이란 전체 비축량 8400㎏ 이상 중 일부에 해당하지만, 테헤란이 마음만 먹는다면 며칠 내에 여러 개의 핵폭탄에 필요한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다만 실제 무기화 과정은 수개월 또는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에 감시관을 두고 있으며, 이들은 포르도와 나탄즈, 기타 신고된 시설을 자주 방문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러한 감시는 중단됐다. 공습 이전에도 유엔 핵 감시단은 트럼프가 첫 임기 동안 테헤란의 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했던 2015년 핵 합의에서 탈퇴한 후 이란이 개발한 수천 개의 첨단 원심분리기 모두에 대한 감독이 부족했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시작하기 며칠 전, 이란이 IAEA 결의안을 통해 규탄을 받은 후 이란은 이전에 신고하지 않았던 농축 시설인 이란의 세 번째 농축 시설을 건설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선임 고문인 알리 샴카니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핵시설이 파괴되더라도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풍부한 자료, 전문 지식, 정치 의지는 남아있을 것"이라고 썼다. 샴카니는 일주일 전 이스라엘의 1차 공습에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파키스탄·북한은 모두 미국의 과중한 감시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크라이시스 그룹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우리가 알고 있던 이란 핵 프로그램의 종말임이 분명하다"면서도 "만약 그 프로그램이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비밀 무기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이스라엘 관리는 만약 테헤란과 워싱턴이 이란이 평화로운 핵 에너지 프로그램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에 대한 회담을 재개한다면, 네타냐후는 테헤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국외로 수송하고 저장하도록 넘겨주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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