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연료 의존 줄이고 안보 강화…트럼프 임기 중 '실리' 챙기기
우라늄 농축·핵 비확산 놓고 美와 신경전…팔레스타인 문제도 '넘어야 할 산'
우라늄 농축·핵 비확산 놓고 美와 신경전…팔레스타인 문제도 '넘어야 할 산'

13일부터 시작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원자력 지원 등에서의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와 원유 증산 등으로 트럼프에게 접근하는 자세를 분명히 해왔다. 미국이 안전 보장 면에서 중동 관여를 줄이는 가운데, 트럼프 임기 중에 실리 확보를 노리고 있다고 닛케이 등 외신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구상하고 있고, 미국에 원자력 기술 이전을 요구해왔다. 원전 도입으로 화석 연료를 이용한 발전 비중을 낮추고 원유와 가스를 수출로 돌릴 목적이다. 온난화가스 배출량 제로 목표 달성에도 필수적이다.
다만, 우라늄 농축 등은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이라, 미국은 핵 비확산 관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기술 이전을 신중히 검토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기 트럼프 행정부에도 원자력 기술 이전을 요청할 예정이다.
◇ 미국의 중동 관여 축소…'자위' 의식 강화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신이 개입한 예멘 내전에서 친이란 세력으로부터 석유 인프라를 표적으로 자주 공격당한 경험이 있어, 방위 능력 증강 필요성을 통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적으로 친미 국가이고, 미국에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대가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안전 보장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셰일 혁명을 통해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이 공격받았을 때, 당시 1기 트럼프 행정부가 보복에 나서지 않으려 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2기 트럼프 행정부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탕에 대응해온 시리아 주둔 미군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 관여 자세 변화를 감지한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공들여 노력해왔다.
◇ '통 큰 투자'와 원유 증산으로 환심 사기
무함마드 왕세자는 트럼프가 1월에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전화하여 "향후 4년간 대미 투자를 6000억 달러(약 842조 3400억 원)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우디 국영 통신에 따르면 "기회가 생긴다면 투자액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자금 출처나 어떤 분야에서 투자가 확대될 것인지 등 상세 내용은 불분명하다. 다만,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사우디아라비아가 5000억 달러(약 701조 9500억 원) 상당의 미국 제품을 구매한다면, 동국을 첫 외유 방문지로 고려하겠다"고 말하는 등, 왕세자가 이러한 발언을 의식했음이 분명하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원유 증산에서도 보조를 맞추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인 러시아 등으로 이뤄진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도 포함된 8개 유전국들이 대규모 증산을 결정했다.
결정 후 원유 가격은 미국 기준유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한때 배럴당 55달러대 초반을 기록하며 약 4년 만의 최저치 근처에서 움직였다.
트럼프 행정부 고관세 정책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걸프국들에 부과된 관세율은 10%에 그친다.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미국 동맹국보다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립점은 적다.
◇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 팔레스타인 문제
한편, 트럼프가 추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에서는 양측이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원자력 협력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연계하여 추진하려 해왔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사우디아라비아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왔으나,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자치령 가자 지구에서 시작된 이스라엘과 이슬람 조직 하마스 전투로 다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희생되면서 무산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정상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나,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네타냐후 정권은 이달 안보 내각 회의에서 가자 지구 점령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