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논란 확산, "당신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
美교통안전위에 분노한 머스크, 22일 발간 책 폭로
美교통안전위에 분노한 머스크, 22일 발간 책 폭로

오는 22일 출간 예정인 책 '휴브리스 막시무스, 일론 머스크의 붕괴'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머스크는 2018년 발생한 테슬라 모델 X 치명적 사고 조사 과정에서 NTSB 위원장에게 고소 위협과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하는 일 때문에 죽을 것"이라며 격분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17일(현지시각) 공개한 해당 도서 발췌본에 따르면, 2018년 3월 23일 캘리포니아에서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월터 황(38)이 운전하던 테슬라 모델 X가 오토파일럿 모드에서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시속 71마일(약 114km/h)로 들이받아 사망했다.
NTSB 위원장 로버트 섬왈트는 2018년 4월 11일 머스크와의 27분간 통화에서 테슬라가 조사 중인 사고 정보를 언론에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섬왈트는 "엘론, 당신이 한 일은 우리 사이의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테슬라가 조사 참여기관으로서 따라야 할 규칙을 어기고 운전자를 비난하는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머스크는 "당신은 나쁜 실수를 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것 때문에, 당신이 하는 일 때문에 죽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머스크는 "우리 차가 오토파일럿을 달고 있을 때 더 안전하고, 오토파일럿 덕분에 사람들이 잃는 것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지만, 우리를 조사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안전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사고 차량 "주행 중 반복적으로 중앙분리대 향해 방향 틀어"
사고 당시 황 씨는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준 후 출근길에 오토파일럿을 켜고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었다. NTSB 조사 문서에 따르면, 황 씨의 테슬라는 이전에도 해당 지점에서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향해 반복적으로 방향을 틀어 운전자가 수동으로 진로를 수정해야 했던 문제가 있었다.
사고 당일 차량은 황 씨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자 경고를 보냈으나 반응이 없었고, 차선을 잃은 후 빈 공간으로 진입하면서 시속 62마일에서 70마일까지 가속해 분리대와 충돌했다. NTSB 조사관들은 "SUV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차체 앞쪽이 뒤쪽에서 분리됐다"며 "배터리 칸이 찢어져 화염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가족에 따르면 황 씨는 오토파일럿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특히 해당 위치에서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음에도 오토파일럿을 작동시켰다"며 "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동차가 여러 차례 경고를 했음에도 황 씨가 도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경우"라고 책임을 운전자에게 돌렸다.
이는 2016년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유사 사고에 이은 것으로, 당시 40세 조슈아 브라운이 오토파일럿 모드에서 테슬라를 운전하다 트럭이 길을 가로지르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 사망했다. 이 사건에서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에 책임을 묻지 않았고, 머스크는 이를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운전자 편의 시스템을 생명 구하는 기술로 과장"
머스크는 오토파일럿과 더 발전된 '완전 자율주행(FSD)' 기술을 "생명을 구하는 돌파구"로 선전해왔으나, 실제로는 운전자 편의를 위한 시스템이라는 지적이다. 이 책에서는 "그는 운전자들이 편리함에 맞춰진 시스템을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생명을 구하는 돌파구로 보도록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2022년 "자율성을 추가하면 부상과 사망이 줄어든다고 믿는 시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고소당하고 비난을 받더라도 자율성을 적용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목숨을 구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이 구해졌다는 것을 모르지만, 가끔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분명히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에 따르면 테슬라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4억 6500만 달러(약 6594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2011년 머스크는 언론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정부로부터 대출을 받았다"며 "테슬라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과 효과적으로 경쟁해야 하고, 그 회사들이 자본 비용 없이 정부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고 있는데, 우리가 그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매우 어려운 일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고 인정했다.
이후 테슬라는 대형 자동차 업체들이 구매한 '규제 크레딧'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으나, 머스크는 점차 규제기관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도서는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테슬라 팬들의 위협을 받아 집에서 대피하기도 했으며, 머스크가 이러한 공격에 동참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사 이후 테슬라는 NTSB 조사에서 배제됐다. 테슬라는 자사가 자발적으로 철수했다며 "NTSB가 실제 안전보다 언론 헤드라인에 더 관심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섬왈트는 "우리가 조사에서 제외시키기 전에 스스로 빠져나갔다는 변명에 불과하다"며 테슬라의 주장을 일축했다고 이 책은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