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차그룹, 美 관세에 동맹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동맹'을 맺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지난달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대해 부과되기 시작한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현지 생산 거점이 필요했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었다. 현대차가 철강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라이벌 관계'였던 두 기업이 마주한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이날 현대차와 철강·이차전지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현대제철이 미국에 짓기로 한 전기로 일관 제철소에 지분 투자를 하기로 발표했다. 앞서 포스코는 현대제철이 건설하기로 한 미국 제철소에 대한 지분 투자 등 미국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날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지분 투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포스코는 이번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합작투자를 통해 미국과 멕시코 지역에 원활한 소재를 공급할 수 있어 유연한 글로벌 생산·판매 체제를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강판 공급 현지화를 위해 총 58억달러(약 8조2325억원)를 투자해 미 현지에 전기로 일관 제철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짓는 제철소는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서 직접 환원철(DRI)을 생산하는 원료 생산 설비(DRP)와 전기로, 열연·냉연강판 생산 설비로 구성되며 연간 270만t의 생산 규모를 갖출 예정이다.
이번 양사 협력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뤄졌다. 포스코는 미국의 수입산 철강 제품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내 생산 거점이 필요했다. 미국은 지난달 12일부터 수입되는 모든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하고 있다. 주요 시장인 미국 내 시장 경쟁력 악화가 예상되며 현지 생산 거점 마련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포스코그룹은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 애써왔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최근 57주년 기념사에서 "인도와 미국 등 철강 고성장, 고수익 지역에서 현지 완결형 투자와 미래 소재 중심의 신사업을 추진해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는 8조원 규모의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포스코로부터 고품질 자동차용 강판과 양극재,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등을 공급받아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포스코그룹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두 회사의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철강은 공급 초과 상태라 수요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를 진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는 미국에서 생산을 늘려나갈 계획이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포스코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때 유리할 것"이라며 "현지 생산 비중을 늘려가야 하는 것이 중요한 트렌드인 만큼 다행스러운 결정"이라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