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해방의 날' 관세 혼란 속 러시아 특별 대우...中·러 '밀착 관계' 경계

뉴스위크 지난 14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공세로 미국 주식시장은 불과 이틀 만에 5조 달러(약 7122조 원) 이상 급락하는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서방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여전히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이번 관세 대상 목록에서 특별히 제외됐다. 이에 백악관과 러시아·중국 외무부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 러시아 관세 면제 배경... "이미 제재 중" vs "휴전 협상 고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관세에서 제외된 주요 이유로 이미 진행 중인 미국의 제재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우리는 전쟁 중인 러시아와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상품은 35억 달러(약 4조9800억 원)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021년 대비 1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자문인 케빈 해싯은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면제 조치가 휴전 협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내에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선거 공약과 일치한다.
◇ 중·러 교역 확대 속 미국의 관세 회피 경로 차단 노력
위텐베르크 대학교 정치학 교수이자 동아시아학 센터장인 빈 유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관세에서 제외된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수년 간의 제재 이후 미-러 간 전반적인 낮은 교역 수준, 미국 핵에너지 생산에서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의 역할, 그리고 민감한 외교적 노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간 외교 관계 재개에 관한 진행 중인 협상이 아마도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 과정을 위태롭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러 교역 '사상 최대'... 제재 속 러시아 생존의 핵심 파트너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2024년 양국 간 교역액은 2448억 달러(약 348조6000억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성장률은 2023년 26%에서 2024년 1.9%로 둔화됐는데, 이는 제재와 국경 간 결제 문제가 마찰을 가중시켰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중국은 모스크바의 제재 이후 생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베이징은 할인된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구매하고, 엄격하게 통제된 자국 인터넷에서 친 크렘린 논리를 보호하며, 이중용도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관리들은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군산복합체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비난해왔다.
◇ 중국의 우회로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 견해
"러시아가 관세 회피의 현실적인 경로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러시아 전문 컨설팅 회사 매크로-어드바이저리의 CEO 크리스토퍼 위퍼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미국에서 제조할 수 있는 상품을 거의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관세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티타늄, 핵연료, 비료, 백금과 같은 다른 자재들"과 같이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필수 자원을 제공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위퍼는 만약 외교가 유지되고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이 이루어진다면,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중요 광물과 걸프 정유소용 중질유" 수입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중국과의 긴장이 워싱턴의 베이징 의존도 감소를 촉진하는 상황에서 이런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중국이 러시아에 공장을 설립하고 제조 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위퍼는 러시아의 노동력이 고령화되고 가용 노동자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실업률은 약 2%에 불과하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필요한 자재에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겠지만, 중국 자본으로 러시아에서 만든 셔츠는 빠르게 표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허드 맥도널드 제도까지 관세 부과... '우회로' 철저히 차단
위퍼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이전에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와 같은 국가들을 통해 수출품을 우회시켰던 사례를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허드 맥도널드 제도와 같은 외딴 지역까지 포함시켜 이와 유사한 경로를 이번에는 완전히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그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 수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허드 맥도널드 제도로부터 140만 달러(약 19억9000만 원) 상당의 "기계 및 전기" 상품을 수입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화물 운송장인 선하증권(Bill of Lading)을 분석한 결과, 이 제품들이 실제로는 허드 맥도널드 제도가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생산되었다가 원산지를 우회하여 수입된 것으로 확인했다. 허드 맥도널드 제도는 사실상 펭귄과 물개만이 서식하는 인도양의 무인도 호주 영토로, 실제 상품 생산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러시아 T-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소피아 도네츠는 러시아 RBC와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제재가 이전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했던 것이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무역전쟁의 소용돌이가 우리를 더욱 서로의 품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효과적인 경쟁으로 전환했다"며 무역과 통화 조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러시아 국제 비즈니스 협력 국가조정센터의 부회장 파벨 쿠즈네초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중국과 미국 간 관세전쟁의 새로운 라운드에서 중국으로부터 러시아나 특히 브릭스(BRICS) 국가들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릭스는 원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전 세계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