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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고공행진] 은행 위험가중자산 ‘쑥’… 부실 중기 '대출 옥죄기'

보통주자본비율 줄어 주주환원 여력 축소 우려
'환율 급등세' 지난해 중기대출 증가율, 대기업의 반토막
하나·우리은행 소호대출 역성장하기도
서울시내 한 은행 영업점의 기업고객 창구.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시내 한 은행 영업점의 기업고객 창구. 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은행권은 단기 환율 변동성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를 우려해 기업대출의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 경기 침체에 어려움이 커진 부실 중소기업들은 돈줄이 말라 위기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 외환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73.0원에 개장해 1471.9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전날 1472.9원으로 주간거래를 마감한 뒤 새벽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1477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고점을 높이자 금융지주들은 위험가중자산 증가를 예의 주시하게 됐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는 경우 4대 지주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0.01~0.03%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 시 외화표시 대출자산이 늘어 금융사의 신용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지는 구조인데, 이렇게 되면 지주사 주요 건전성 지표인 CET1 비율이 줄어 주주환원 여력이 축소된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CET1 비율은 각 13.51%, 13.03%, 13.13%, 12.13%로 우리금융만 개선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지주별 위험가중자산은 지난 분기와 비교해 각각 9조6600억원, 6조5000억원, 1조8800억원, -2조4200억원으로 우리금융만 감소했다.

은행권은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위해 기업대출 부실을 줄이려 들 수 있다. 특히 연체율이 높거나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기업의 대출을 가려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환율 급등세가 불거졌던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대기업 대출은 1년 새 각각 8.6%, 30.6%, 8.2%, 15.9% 증가한 데 비해 중기 대출은 6.2%, 8.2%, 1.6%, 6.5% 늘어 증가폭이 작았다.

심지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호대출은 하나은행(-3.3%)과 우리은행(-4.6%)에서 역성장했다.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중기 대출을 관리하는 모양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중기 담보대출 금리는 환율이 크게 올랐던 지난해 말 연 4.90%에서 지난 2월 연 4.99%로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5.51%에서 연 5.73%로 올랐다. 한국은행이 이 기간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 지주는 이미 대규모 여신 성장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최근 주주 서한을 통해 자산 확대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선별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재무 실적뿐 아니라 밸류업 제고 측면에서도 리딩금융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오는 4일로 정해지면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변수는 한시름 덜게 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내용이 한국에만 유독 불리하지 않다면 상호관세로 인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4월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는 원화는 물론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재료”라고 봤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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