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지펀드 공매도 투자자들이 지난 3개월 동안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해 약 162억 달러(약 23조50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18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데이터 제공업체 S3 파트너스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2월17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479.86달러)를 기록한 테슬라 주가가 이후 지난 3개월 동안 반토막이 나면서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이 대규모 평가이익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주가 급락으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7000억 달러(약1017조 원) 이상 증발했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순자산도 1000억 달러(약 145조 원) 이상 감소했다. 테슬라 주가는 17일 거래에서 238.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에 머스크가 유럽 정치에 개입하며 극우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 유럽 내 테슬라 차량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그가 이끄는 이른바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한 것도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15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클린 에너지 트랜지션의 페르 레칸더 매니징 파트너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매우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완전히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몇 년 전부터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 베팅해 왔다고 밝혔다.
레칸더는 "머스크는 자신의 주요 고객층과 반대되는 입장에 서 있다"면서 "테슬라는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사람들이 사는 차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JP모건은 지난주 테슬라의 연말 목표 주가를 기존 135달러에서 120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이처럼 브랜드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사례를 떠올리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FT는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이 최근 수익을 올린 것은 그동안 큰 손실을 봤던 데 대한 부분적인 되돌림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헤지펀드는 손실 확대로 테슬라 공매도 투자를 접었다. 최근의 수익을 감안해도 테슬라가 지난 2010년 상장된 이후 공매도 투자자들의 총손실은 여전히 645억 달러(약 94조 원)에 달한다.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공매도 된 테슬라 주식 수는 16.3% 증가한 7150만 주에 달했다. 이는 테슬라 전체 주식의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기간 미국 주식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대규모 주식 매도세를 촉발했다.
테슬라 주가는 최근 급락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가 확정된 이후 투자자들은 머스크와 트럼프의 친밀한 관계가 테슬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면서 테슬라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테슬라는 1월 말 발표한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고, 지난주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보복 관세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랫동안 미국 증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매도 종목 중 하나였다. 2020년 봄에는 약 3억 주가 공매도 상태였다.
그렇지만 2021년 중반까지 2년 동안 테슬라 주가가 1500% 이상 급등하자 공매도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베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일부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기업 가치가 경제 현실과 점점 괴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또한 과거부터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을 조롱해 왔다. 그는 지난해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 문제를 해결하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전멸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