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심고 '영혼' 채운 중국, 기술 자강 드라이브
시진핑, 민간 기업 독려...미·중 패권 경쟁 '격랑' 속으로
시진핑, 민간 기업 독려...미·중 패권 경쟁 '격랑' 속으로

지난 17일(현지 시각) 닛케이에 따르면 딥시크는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AI 개발 분야에서 저비용으로 혁신을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미국 유학 경험자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인재와 기술만으로 미국의 하이테크 패권에 도전하며 량원펑은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딥시크를 언급하며 "중국의 과학 혁신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해왔다"고 극찬했다.
그는 이어 "과학 강국을 향한 중국인의 분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정부는 발 빠르게 국산 AI 실용화에 나서고 있다. 2025년 정부 업무보고에는 대화형 AI 기반 기술인 대규모언어모델에 대한 언급과 함께 "광범위한 응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중소기업까지 AI 활용을 확대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정부의 전략을 보여준다.
◇ 미국 포위망 돌파 '안간힘'
중국의 자신감은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도 감지된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월 량원펑을 비롯한 주요 민간 기업 대표들과의 좌담회에서 화웨이 CEO 런정페이로부터 "핵심이 부족하고 영혼이 적다는 걱정은 줄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여기서 '핵심'은 반도체를, '영혼'은 소프트웨어를 의미하며,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하이테크 제품 생산에 대한 우려가 줄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비록 최첨단 기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은 꾸준히 향상되어 왔다. 미국은 지난 2020년 9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며 회로 선폭 7나노미터 이하의 고성능 제품 양산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3년 뒤인 2023년 여름, 화웨이는 7나노미터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미국의 제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이뤄낸 성과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하이테크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고수준의 과학 기술 자립자강을 추진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딥시크의 성공적인 등장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볼 수 있지만, 미·중 간의 긴장 완화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귀는 미·중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이미 두 차례나 대중국 관세를 인상했으며, 안보 관련 대미 투자에서도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리창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 중 트럼프 행정부를 염두에 둔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 모든 형태의 일국주의,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생략하고 읽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의 갈등 심화와 국내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서 중국은 하이테크 기술 발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내우외환에 대한 초조함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과연 미국의 기술 포위망을 뚫고 자립자강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