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상·항구 수수료 위협에 화주 불안…미국 항만, 역사상 최고 물동량 기록
선적량 증가 후 둔화세…불확실성에 기업들 '관망' vs 혼란 대비 '선제적 대응'
선적량 증가 후 둔화세…불확실성에 기업들 '관망' vs 혼란 대비 '선제적 대응'

2025년 첫 두 달 동안 미국행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증했으며, 로스앤젤레스항은 117년 역사상 가장 바쁜 시작을 기록했다. 전미소매연맹(NRF)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첫 두 달 동안 미국 항만은 43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환산량)를 처리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91만 TEU보다 증가한 수치다. 특히 중국의 춘절 연휴로 인해 전통적으로 물동량이 가장 적은 2월에는 최근 3년 중 가장 많은 물량이 처리되었다.
NRF의 조너선 골드 부회장은 "미국 소매업체들이 관세 인상에 앞서 가능한 한 많은 상품을 국내로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해운 컨설팅 회사 베스푸치 마리타임의 라스 옌센 최고경영자(CEO)는 "선불 선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관세에 대한 확신이 더 확실해질 때까지 선불채권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선행 선적 추세는 2024년 11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시작되었다. 트럼프의 관세 계획을 우려한 미국 고객들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이례적으로 바쁜 크리스마스 시즌이 이어졌다. 이후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미국 수입업체들의 재고 확보 경쟁은 더욱 심화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행 선적 추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전반적인 수출 성장률 둔화와 지역 운임 하락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일부 기업은 트럼프의 정책이 더욱 명확해질 때까지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는 반면, 다른 기업은 가능한 혼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이 글로벌 해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추가 비용을 발생시켜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월 보고서에서 "무역 정책 불확실성의 급격한 증가"를 이유로 올해 세계 무역량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산 선박에 최대 150만 달러의 항구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교란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중국의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수입업체들의 재고 비축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유사한 공급망 중단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예상치 못한 수입 상품 급증은 항구의 컨테이너 과부하, 트럭 및 철도 인력 부족 등 물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항공 및 해상 운임의 급격한 변동성은 운송 비용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관세 정책이 중국 외 지역으로의 공급망 이전을 가속해 장기적으로 중국의 수출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과 비용 절감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