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장 마감 뒤 맞춤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이 기대 이상의 실적과 탄탄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이날 7% 넘게 폭등한 가운데 엔비디아는 등락을 거듭했다.
마감을 약 2시간 반 앞두고는 전일비 0.01달러(0.01%) 밀린 110.56달러에 거래됐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본격적인 AI인 챗GPT-3를 공개하면서 시작된 AI 테마의 최대 수혜주 엔비디아는 2년을 내리 치솟다 올해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2023년 239%, 2024년 171% 폭등했던 엔비디아는 올해에는 17% 넘게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1월 6일 기록한 마감가 기준 사상 최고치 149.43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낙폭이 26%에 이른다.
사라진 시총, 1조 달러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엔비디아 시총은 7일 2조6600억 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1월 사상 최고 주가 당시 시총에 비해 1조 달러 적은 수준이다.
당시 마감가 기준 엔비디아 시총은 3조6600억 달러였다.
두 달 사이 시총 1조 달러를 날려버린 것이다.
6일에는 반도체 업체 마벨 테크놀로지의 이번 분기 매출 전망이 시장 예상과 일치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투자자들이 반도체 종목들을 실망 속에 투매했다.
AI 테마 고평가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힘든 한 해
번스타인의 스테이스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분석 노트에서 엔비디아가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스곤은 “엔비디아에는 올해가 힘든 해가 되고 있다”면서 “(많은 AI 반도체 경쟁사들과 함께) 엔비디아 주식 역시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종목들은 “거대한 폭풍에 직면했다”면서 이 폭풍은 “성장(둔화) 공포, 공급망 잡음(노이즈),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규제 위험”이라고 지목했다.
라스곤은 AI 테마를 둘러싼 시장 분위기가 “분명하게 방향을 틀고 있다”고 못 박았다.
거듭된 악재
엔비디아를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가장 최근 악재는 엔비디아 반도체 우회 수출 의혹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미국이 중국에 수출을 금지한 엔비디아 고성능 AI 반도체가 제3국을 거쳐 중국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 공급 업체들이 중국 AI 대기업들에게 주문만 하면 수주일 안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도체 수출 추가 통제에 나서고, 규정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만큼 높아졌다.
지난해 엔비디아 총 매출의 약 4분의 1이 중국에서 나온 터라 대중 반도체 수출 추가 규제는 엔비디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지난달 26일 장 마감 뒤 실적 발표는 엔비디아 주가 흐름에 악재가 됐다.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과 함께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이튿날 주가는 8.5% 폭락했다. 시총 3조 달러도 이날 무너졌다.
1월 27일에는 주가가 17% 폭락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의 저성능 반도체로 챗GPT에 버금가는 AI를 구축한 것이 확인되면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초고가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에만 시총 5890억 달러를 날렸다.
매수 기회
한편 번스타인의 라스곤은 엔비디아가 올해 힘 든 시기를 보내면서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고 보고 매수 기회가 열렸다고 판단했다.
그는 현재 엔비디아의 1년 뒤 예상 순익 대비 주가수익배율(PER)은 약 25배로 10년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라스곤은 이 수준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평균 수익률이 150%에 이른다면서 매수를 권고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