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DA 웹사이트서 수천 개 자료 사라져
"농작물 성장기에 미친 짓"... 뉴욕 유기농단체 등 법적 대응 나서
"농작물 성장기에 미친 짓"... 뉴욕 유기농단체 등 법적 대응 나서

미국 농무부(USDA) 웹사이트에서 기후 변화 관련 정보와 자금 지원 자료가 무더기로 삭제되면서 농부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농작물 재배 시즌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에 발생한 이 조치로 특히 소규모 유기농 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히티드(HEATED)가 지난 4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뉴욕에서 가장 큰 유기농 단체 중 하나인 뉴욕 북동부 유기농 협회(NOFA-NY)는 두 개의 국가 환경 비영리 단체와 함께 미국 농무부(US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농작물 재배 시즌의 중요한 초반에 불법적으로 그들의 운영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일 후인 지난 1월 30일, USDA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피터 리(Peter Rhee)가 직원들에게 내린 지시에서 비롯됐다. 피터 리는 "기후 변화에 초점을 맞춘 모든 랜딩 페이지를 식별하여 보관하거나 게시 취소"하고 영업일 기준 1일 이내에 작업을 완료하라고 명령했다.
이 지시로 USDA 웹사이트에서 일반적인 기후 변화 정보뿐 아니라 토양 보존,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 극한 기상 회복력 관련 대화형 데이터 도구 및 자금 조달 자원 정보가 광범위하게 제거됐다고 소송은 주장했다.
뉴욕 북동부 유기농 협회 이사회 회장인 웨스 길링햄(Wes Gillingham)은 히티드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계획을 세우고 알아내려고 할 때 성장기가 시작될 때 이것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치한 정치적 의제 때문에 그 정보를 삭제하는 것은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삭제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 스마트 농업"을 위한 연방 대출 및 기술 지원에 관한 정보였다. 이러한 "기후 스마트" 대출 및 지원 프로그램은 덮개 작물 재배, 경작 감소, 꽃가루 매개체 서식지 조성, 토양 건강 개선을 위한 멀칭, 토착 식물 복원과 같은 다양한 지속 가능한 관행을 다루고 있었다.
뉴욕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유기농 농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NOFA-NY는 주에서 가장 큰 유기농 농장 인증기관이다. 이 단체는 또한 지속 가능한 유기농 및 재생 관행에 대한 도움을 구하는 농부들을 위한 핫라인을 운영한다.
환경 법률 단체인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의 지속 가능한 식량 및 농업 프로그램 책임자 피터 레너(Peter Lerner)는 히티드와의 인터뷰에서 "서류 작업 감소법(Paperwork Reduction Act)에 따르면, 기관은 이유와 통지 없이 웹사이트에서 중요한 공개 정보를 삭제할 수 없으며, 그 어느 것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레너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정보 삭제 지시가 "농부들이나 식량 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는 점을 시사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것이 패러다임적이고 임의적이며 변덕스러운 행동을 구성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너는 소규모 농부들의 피해가 기후 정보 삭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농부들이 도움을 요청하곤 했던 USDA 직원과 과학자들도 사라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무엇보다도 보존 프로그램과 기술 지원을 위한 수천 개의 보조금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신은 정보도 없고, 돈도 없고, 도와줄 직원도 없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스저스티스는 USDA를 상대로 한 소송에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웹 페이지 복원을 희망한다고 레너는 전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기후 웹사이트 숙청이 첫 번째 임기 때보다 "더 공격적이고 더 광범위"하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소송이 성공할 경우, 국방부, 교통부,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다른 기관에서도 삭제된 기후 관련 정보를 복원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레너는 전망했다. "이 USDA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만으로도 수백만 명의 농부와 우리 식품 시스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설령 모델이 되지 않더라도 그것은 매우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지난해 10월 USDA 앞에서 한 발언과 상반된다. 당시 케네디는 "도널드 트럼프가 내가 지금 서 있는 건물 안으로 나를 데려오면 더 이상 이런 식이 아닐 것"이라며 현재의 식량 체계에서 "화학 물질, 제초제, 살충제"를 없애고 소규모의 재생 가능한 유기농 농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했다.
히티드는 이러한 약속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형 농업은 석유 산업의 가장 크고 가장 수익성이 높은 시장 중 하나"라며 "대부분의 합성 비료와 살충제는 화석 연료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거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는 화석연료 산업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면 그 대가로 막대한 선거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드릴 베이비, 드릴' 의제에 전념하면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기'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케네디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이제 유기농 농부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