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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디지털 규제 정책에서도 충돌

카바치니 유럽의회 대표단 "빅테크 아닌 시민 보호가 우선" 주장
유럽과 미국의 갈등이 관세와 우크라이나 안보를 넘어 디지털 규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과 미국의 갈등이 관세와 우크라이나 안보를 넘어 디지털 규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과 미국의 갈등이 관세와 우크라이나 안보를 넘어 디지털 규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 방문 중 디지털 규제 정책에 관한 강한 비판을 받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지난 달 28일(현지 시각) EU 의회가 발표한 공식 성명을 EU 뉴스가 보도했다.
유럽의회 내부시장 및 소비자보호위원회(IMCO) 대표단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미국 의회 의원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상공회의소 및 국무부 인사들과 일련의 회담을 가졌다. 이번 방문은 디지털 혁신, 사이버 보안, 공정 경쟁 분야에서의 대서양 횡단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미국 현지에서 유럽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안나 카바치니(Anna Cavazzini) IMCO 위원회 의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 의원들과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기술 규제를 겨냥해 공격적인 소통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독일 녹색당 소속 카바치니 의장은 "워싱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이러한 공격이 대다수 이해관계자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강력한 기술 대기업들의 견해를 반영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문은 카야 칼라스(Kaja Kallas) EU 외무 고위 대표가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이 마지막 순간에 취소된 상황에 이은 것으로, EU 대표단이 미국 측으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은 연속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카바치니 의장은 특히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 상황에서 미국이 인공지능(AI) 보안 보호 장치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이 미국의 소규모 기술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위원회는 강조했다.

카바치니 의장은 "우리는 유럽 시민과 기업을 염두에 두고 만든 디지털 규칙을 후퇴시킬 수 없으며, 미국의 '빅테크' 과점을 달래기 위해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의 법률이 민주적 절차의 결과물임을 상기시키며 미국 측의 "규제에 대한 오해"를 지적했다.

특히 카바치니 의장은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이빨 없는 자율 규제"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이 추구하는 방향과 근본적으로 상충한다고 명확히 했다.

EU 의회 대표단의 성명은 "단일시장은 여전히 미국 기업들에게 가장 큰 기회 중 하나이며, 따라서 적대적인 접근은 어느 쪽에도 유익하지 않다"는 경고로 마무리됐다.

이번 EU-미국 간 긴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상황과 트럼프 행정부와 실리콘밸리 기업들 간의 유사 고객주의적 관계를 고려할 때 향후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EU와 미국 간 디지털 정책 관련 갈등은 양측의 규제 철학 차이에서 비롯된다. EU는 강력한 규제를 통한 소비자 보호와 공정 경쟁을 중시하는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자율 규제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브뤼셀의 EU 정책 분석가들은 미국 기업들이 여전히 EU의 단일시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양측 모두 대화를 통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방문이 디지털 규제에 관한 양측의 입장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면서도, 다가오는 EU-미국 고위급 회담에서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비공식적으로 밝혔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가운데, EU-미국 간 규제 정책 조율이 실패할 경우 글로벌 디지털 산업의 분절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결국 양측의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EU 의회 차원의 공식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향후 양측 관계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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