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년간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를 받으며 사실상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던 마윈이 이번 회동을 계기로 재등장하면서 베이징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에서 마윈을 비롯한 중국 주요 기업인들과 회동했다. 이 회동에는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텐센트의 마화텅, 메이퇀의 왕싱, 샤오미의 레이쥔, 화웨이의 런정페이 등 중국 경제를 대표하는 거물들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은 일시적인 것이며 민간 기업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마윈과 직접 악수를 나누며 민간 경제에 대한 당국의 입장이 변화했음을 시사했다. 이는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지난 2020년 상장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이후 마윈이 당국의 압박을 받으며 해외로 사실상 ‘유배’된 상황을 감안할 때 의미심장한 장면으로 평가된다는 지적이다.
마윈은 2020년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 금융 포럼에서 중국 금융 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후 당국의 강력한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당시 마윈은 “중국 금융 시스템이 여전히 ‘전당포 정신’에 의존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금융당국과 국영은행을 겨냥했다. 불과 몇 주 후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동시 상장을 전격 중단시켰고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인 340억달러(약 49조원)의 기업공개가 무산된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후 중국 정부는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며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등 빅테크 기업들의 몸집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2021년 독점 규제법 위반으로 182억 위안(약 3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마윈은 이후 공식 석상에서 거의 모습을 감추고 해외 체류를 이어갔다.
최근 중국 정부는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기술 견제 속에서 민간 경제를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시 주석이 마윈을 다시 공개석상으로 불러들인 것은 단순한 화해가 아니라 중국 민간 기업들의 역할을 다시 인정하고 경제 회복을 위한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동에서 "민간 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와 불투명한 처벌을 철폐하고, 기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몇 년간 당국이 추진해온 '공동 부유' 정책과 다소 결이 다른 메시지로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민간 부문의 활력을 다시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마윈의 복귀는 중국 내에서도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일부에서는 마윈이 다시 전면에 나섬으로써 중국 경제가 민간 기업 중심으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의 정책이 언제든 다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움직임을 일시적인 ‘유화 제스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