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 "통제된 방식으로 국방 투자 탈출조항 도입" 발표
프랑스·이탈리아 등 8개국 재정준칙 위반 상태... 국방비 증액 '숨통'
프랑스·이탈리아 등 8개국 재정준칙 위반 상태... 국방비 증액 '숨통'

유럽연합(EU)이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를 위해 재정준칙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국방비 증액 압박과 러시아의 군비 증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같은 날 뮌헨안보회의에서 "국방 투자에 대한 탈출 조항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를 통해 회원국들은 국방비 지출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통제되고 조건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EU 재정준칙은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 60% 이하, 연간 재정적자 3% 이내 유지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지출 제한이나 벌금이 부과된다. 현재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등 8개국이 이른바 '과도한 적자 절차' 대상이다.
다만 이 규정은 'EU 전체에 큰 충격'이 있을 경우나 "공공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해제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일반 탈출 조항'이 적용돼 3년간 재정준칙이 유예된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재정준칙에 대해 "쓸모없다"고 비판했다. 잔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토의 최대 국방비 지출 후발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가 거의 2년 동안 이러한 관용을 호소해왔다"면서 "우리의 상식적인 입장이 받아들여지고 공통의 입장이 된 것에 대해 기쁘다"고 말했다.
유럽평의회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의 총 국방 지출은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30% 이상 증가했다. 2024년 기준 약 3260억 유로로 EU GDP의 1.9%를 차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들에게 국방비 지출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인 GDP 2%를 넘어 5%까지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뮌헨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이, 유럽의 우방국들이 이 대륙의 미래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유럽인들이 나서는 것이 함께 공유된 동맹을 맺는 것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U는 향후 10년간 약 5000억 유로의 국방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다음 달 재정 준칙과 국방 지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최근 발간한 '군사 균형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2조4600억 달러를 기록했다. EU 회원국들의 국방비는 전년보다 11.7% 늘었고, 러시아는 41.9% 급증한 1459억 달러를 지출했다. 특히 러시아의 국방비는 구매력평가(PPP) 기준 4620억 달러로, 유럽 전체 지출을 웃돌았으며 2025년에는 GDP의 7.5%까지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도 국방비를 7.4% 증액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