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가너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진행된 노동조합 결성 투표가 압도적인 반대 속에 부결됐다.
이는 아마존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시도가 또 한 차례 좌절된 것으로 미국 남부 지역의 아마존 노조 조직화가 여전히 큰 난관에 부딪히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1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는 가너 소재 물류센터 직원 4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2447명이 반대, 829명이 찬성해 노조 설립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번 노조 결성을 주도한 ‘캐롤라이나 아마조니안 유나이티드 포 솔리대리티 앤 엠파워먼트(CAUSE)’는 시급 30달러(약 4만3000원), 점심시간 연장, 휴가 증가 등을 요구해왔다. 현재 이 아마존 사업장의 시급은 18~24달러(약 2만6000~3만5000원) 수준이다.
CAUSE는 표결 후 낸 성명을 통해 “아마존의 끊임없는 불법적 협박이 만든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지 여부는 즉각 밝히지 않았다. 반면, 에일린 하즈 아마존 대변인은 “가너 팀이 아마존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결과는 아마존의 노조 저지 전략이 다시 한번 성공을 거뒀음을 의미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아마존은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시도에 강경하게 대응해 왔으며 이번에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CAUSE는 아마존이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노조에 반대하는 직원들에게는 특혜를 주는 등 부당 노동행위를 했다며 NLRB에 여러 차례 고발했다. 특히 노조 공동 설립자가 지난해 12월 노조 결성을 공식 신청하기 직전 해고된 것과 관련해 아마존은 “반복적인 부적절한 행동과 인종차별적 발언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CAUSE는 이를 노조 탄압으로 규정했다.
아마존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뉴욕 스태튼아일랜드 물류센터에서 처음으로 노조가 결성됐으나 아마존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또 2021년 앨라배마주 베서머 물류센터에서는 노조 결성이 부결됐으며 두 번째 투표에서도 승패가 가려지지 않아 세 번째 투표가 예정돼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 퀘벡에서 노조 결성이 확산되자 아마존이 현지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1700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내에서도 노조 조직률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스캐롤라이나의 노조 가입률은 2.4%로 전국 평균인 9.9%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국 남부 지역에서 노조 결성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배경으로 △노조에 비우호적인 주 정부 정책 △기업들의 강력한 노조 저지 전략 △노조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지역적 특성을 꼽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