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이후 의료·환경 분야 협력이 돌파구
헨리 키신저의 수석 경제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호마츠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중 관계의 최대 과제로 '신뢰 격차'를 꼽았다. 호마츠는 "현재 양국 간 가장 큰 간극은 무역 격차가 아닌 신뢰의 간극"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상 간 정기적인 회담과 함께 민간부문을 포함한 다층적 소통 채널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13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호마츠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경한 무역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로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트럼프와 시진핑 주석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가능성이 있다"며 "두 정상이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양측의 고위 관료들과 영향력 있는 재계 인사들이 교류한다면 양국 관계는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호마츠는 의료 분야를 양국 협력의 주요 돌파구로 제시했다. "중국과 미국은 모두 매우 뛰어난 의사와 연구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은 많은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양국의 의료진과 연구자들은 이미 성공적으로 협력해온 역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마츠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완전한 디커플링'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디커플링이 "양국과 다른 국가들에 상호 확증된 단절을 위한 처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농업, 의료용품, 첨단기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양국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완전한 분리는 양측 모두에게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마츠는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이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21세기의 석유가 될 것"이라며, "양국은 서로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쪽도 상대방의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AI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국제적 대화와 규칙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호마츠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양국 정상 간 정기적인 회담 개최, 둘째, 의료·기술·환경 등 공동 이익이 있는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셋째, 민간부문을 포함한 다층적 대화 채널 구축이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강조했다. "더 좋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만들기 위해 기술, 신뢰 및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을 예로 들었다.
호마츠는 "우리가 모든 것을 제로섬 게임으로 만든다면, 즉 한쪽이 이기고 다른 쪽이 지는 구도라면, 우리는 좋은 협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양측의 신뢰할 수 있는 헌신이 필요하다"면서 "성공을 달성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지만,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상황이 악화하도록 내버려 두기보다는 노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마츠는 미·중 관계의 미래가 양국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의 이익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보았다. 그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시장과 기술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더욱 큰 상호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