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세계 통상환경이 불확실해져도 인공지능(AI) 확대 흐름 덕에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내년 업황 전망이 밝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동차와 이차전지는 트럼프와 중국발 리스크로 부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아 '2025년 산업 기상도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반도체 등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단체와 함께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반도체 산업은 '대체로 맑음'으로 예보됐다. 반도체 산업은 데이터센터와 서버 등 AI 산업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고, AI 기기가 시장에 나오면서 고부가가치 반도체의 견고한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수출은 당초 예상치를 상회하며 지난해보다 41% 증가한 1390억달러(198조원) 내외가 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2.9% 감소한 1350억달러(193조원)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산업 역시 스마트폰에 AI기능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면서 교체수요가 발생하고,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출하량이 늘며 '대체로 맑음'으로 예보됐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4%가량 증가한 194억8000만달러(28조원)로 예상된다"면서도 "트럼프발(發)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라 애플 등 국내 패널 기업 고객사의 중국 내 점유율 감소 우려는 큰 하방 리스크"라고 전했다.
조선, 바이오, 기계 산업도 내년에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달리 올해 하반기 수출 상승세를 보인 자동차와 이차전지, 섬유패션 업종은 내년 '흐림'으로 예보됐다. 석유화학과 건설, 철강산업 등도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 당선으로 통상 환경이 악화하는데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팽창하며 내년 수출물량이 올해보다 3.1% 감소한 270만대로 예상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여러 호재에도) 대미흑자 비중이 가장 높은 자동차·자동차부품의 추가 관세 도입 가능성과 코로나 이후 대기수요 소진으로 인한 주요국의 재고량 증가, 보호무역 정책에 따른 현지화 비중 증가 등 불확실성 요인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산업의 최대 하방 리스크로는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저가 제품이 유럽 등 주요 시장에 판매되는 것이 꼽혔다. 반면 최근 주요국들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급증에 따른 수주 확대와 대중 고율 관세부과에 따른 반사이익은 긍정적 요인이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