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중국 수출 통제에 중국 정부가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인 광물 수출 규제로 맞불을 놓으면서 반도체 패권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HBM 수출 통제로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영향은 적다는 분석이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상황이 중국의 D램 자립을 당겨 국내 D램 판매량 감소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터넷협회 △중국반도체산업협회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중국통신기업협회 4개 협회는 관련 산업을 대표해 미국산 반도체 구입에 신중을 기하라고 촉구했다. 중국통신기업협회는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이미 흔들렸다”면서 “미국산 반도체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인터넷협회는 “관련 기업은 (미국 이외) 다른 국가,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외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적극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협회가 이러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결국 미국산 반도체 사용을 자제하고 자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적극 사용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수출하는 HBM은 비중이 크지 않지만 D램은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국내 메모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월 40%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30%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으로 D램 매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의 자국 반도체 사용이 강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대중국 매출은 기존보다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국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매출에서 D램 비중을 줄이고 HBM의 비중 확대를 추진 중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표를 통해 10% 초중반인 HBM3E 비중을 4분기 5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30%인 매출 중 HBM 비중을 4분기 4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HBM 분야는 상황 변화에 대응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장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HBM을 공급하기에 바쁘지만, 내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관세부과 등에 나설 경우 상황이 지금보다 나빠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D램 공급 물량이 늘면서 D램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라며 "매출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