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며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관세 폭탄 예고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방어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30위안 선을 돌파하며 2023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이 시장 예상보다 강한 위안화 고시 환율을 발표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베팅하며 위안화 매도에 나섰다.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폭탄'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소비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위안화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달러당 7.2위안 이상으로 고시 환율을 유지하며 위안화 가치를 지지해왔지만,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BNP파리바, UBS, 소시에테 제네랄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2025년 중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3510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7.3510위안은 지난해 기록한 최저치로,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진다.
중국 인민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도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미국 국채와의 금리 격차가 확대됐다. 이는 중국 자산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쿤 고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 심리를 고려할 때 달러당 7.20위안의 고시 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시 환율이 더 높아지면 달러 매수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30위안을 넘어서자 중국 국유 은행들은 달러 매도를 늘리며 위안화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의 강한 매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중국 주식시장도 위안화 약세의 영향으로 하락했다. CSI 300 지수는 0.6% 하락했고, 항셍 중국 기업 지수는 장중 1.1%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