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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대한민국 대전망(2)] 한국 문화의 '문기'와 '신기'..."지식정보강국 경이 그 자체"

② 광복 80주년에 BTS를 다시 본다

한상진(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4-11-13 15:31

BTS가 지난 9월 빌보드 선정 '21세기 최고 팝스타' 19위에 선정됐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BTS가 지난 9월 빌보드 선정 '21세기 최고 팝스타' 19위에 선정됐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는 각계 대표 지식인 27명과 함께 1년 동안 관찰하고 분석해 집필한 '2025년 대한민국 대전망'(케이스북 출간)을 최근 펴냈다. 한국의 대표 지성인인 이들은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인 과학 혁신력, 경제 활력, 사회 균형력, 환경 회복력, 문화 포용력을 기본 틀로 2025년을 내다봤다. 그 주제는 ‘광복 80주년 NEXT STEPS, 대한민국호 새로운 시험대에 서다’이다. 이영한 교수 등은 이를 기반으로 세계와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경제신문 글로벌이코노믹에 '2025년 대한민국 대전망'을 10회 연재해 깊고 폭넓은 통찰력을 제시한다. ‘2025 대한민국 대전망’에는 이영한(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 한상진(서울대 명예교수), 남성욱(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윤순구(국립외교원 명예교수), 문형남(숙명여대 학장), 신희동(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강건욱(서울대 교수), 차학봉(땅집고 미디어본부장), 김소임(건국대 교수), 최윤정(세종연구소 부소장)이 필진으로 참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2025년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의 건전성

② 광복 80주년에 BTS를 다시 본다

③ 대한민국의 핵무장론

④ 트럼프 집권과 한미관계

⑤ AI 슈퍼사이클의 시작점과 AI CEO

⑥ 기술과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결정하게 될 반도체 산업

⑦ 정밀 의학시대와 AI 헬스케어

⑧ 금리인하와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향방

⑨ 1000만 관객 영화와 K-Movie

⑩ 세계 정치·경제 판을 뒤흔드는 글로벌 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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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광복 80주년이 된다. 광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백범 김구. 그는 천신만고 끝에 1940년 9월17일 중국 충칭에 임시정부를 정착시켰고 한국광복군을 창설했으며 일제에 대해 1941년 12월11일 선전포고를 했다. <광복> 잡지를 간행하는 한편 1945년 5월부터는 미국전략사무국(OSS)과 협력하여 ‘독수리 작전’이라고 불렀던 한미군사훈련을 시작했다. 목표는 미군의 협력으로 한국광복군이 국내 진공작전을 펼치는 것이었다. 개시일은 1945년 8월 29일. 그러나 미군의 원폭 투하로 혼비백산한 일제는 8월15일 무조건 항복했다. 한국광복군이 국내로 진격했다면, 백범의 정치적 위상은 확고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백범은 개인자격으로 초라하게 귀국했고 광복의 구상을 펼칠 정치적 사회적 조건을 얻지 못한 채 해방정국의 혼란 속에서 1949년 6월 28일 암살당했다. 그의 정치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후대에게 ‘문화국가’라는 원대한 꿈과 희망을 제시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않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김구,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소망을 담아 나는 2025년을 백범의 문화국가가 본격적으로 실현되는 해로 상상해본다.

최준식은 일찍이 한국문화를 문기와 신기의 결합으로 봤다. 문기란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역사의 진실을 붓으로 기록하는 정신을 뜻한다.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온 몸으로 이것을 응시하며 펜으로 불편한 진실을 체화시킨다. 이 정신이 한강의 작품에 녹아 있고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은 문화국가로 품격이 올라섰다.

지난 10월 21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문학실에 마련된 한강 특별 서가를 찾은 시민이 한강 작가의 책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0월 21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문학실에 마련된 한강 특별 서가를 찾은 시민이 한강 작가의 책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기란 노래와 춤 등 감성이 찐하게 배어나는 놀이문화를 뜻한다. 신명나게 함께 노는 문화를 통해 사람들은 하나로 결합해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기대면서 위로하고 상처를 치유한다. 한류로 표현되는 신기 문화의 대표 보기는 오늘날 BTS, 즉 방탄소년단이다. 2013년에 시작한 BTS는 불과 10년 만에 연예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2018년에 이미 미국 '빌보드200'에서 두 번 정상에 위치했고 '빌보드차트'에서는 최장기간 1위를 차지했으며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다.

경제 성취도 눈부시다. 현대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BTS는 지난 10년 간 42조 원(약 326억 달러)의 가치를 생산했고 부가 가치도 14조 원에 이른다. 또한 해마다 8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을 한국으로 끌어들였다. 지난해 6월12일부터 2주간 진행된 BTS 10주년 기념 페스티벌 덕분에 서울 현대백화점에서 6월12일~13일 이틀에 걸친 외국 관광객의 소비가 그 이전 주와 비교할 때 무려 2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TS 구성원들이 군 복무중이어서 사실상 휴면상태임에도 BTS를 대변하는 하이브(Hybe)는 지난 2월26일 공개한 자료에서 2023년도 앨범, 콘서트 등의 판매가 2조1700억 원에 도달했으며 2022년과 비교해서 288.5%가 증가했고 순 이익이 1866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런 경제적 성취 외에 BTS의 한 특징은 아미(ARMY)라고 불리는 열성 팬덤 집단이 세계 규모의 자발적 연대로 BTS의 가치를 확산시킨다는 점이다. 2022년 현재 등록된 아미의 규모는 멕시코에 10여만 명으로 가장 많고, 페루에 4만 여명, 인도네시아에 3만8000여 명, 미국에 2만7000여 명의 순으로 전 세계에 퍼져있다. 광의의 아미는 이보다 훨씬 많다. 증가추세를 보면, 2018년에는 1400만 명인 것이 2019년에는 2117만 명, 2020년 말, 3426만 명 2021년에는 47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에서 2019년까지의 순 증가는 717만 명인데 반해, 2019년에서 2020년까지의 순 증가는 1300만 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아미를 포함하여 세계 곳곳의 수많은 팬들이 BTS에 왜 그토록 열광하는가? 하나의 해답은 음악과 디지털 정보기술의 유기적인 결합에 있다. BTS는 위버스(Weverse)라는 독자 플랫폼을 만들어 팬들과 적극 소통한다. 남미, 남아프리카, 미국 흑인문화의 비트(Beat), 리듬, 소리, 가사 등을 전자 악기 정비로 떼 내 재구성해 세계 도처에서 정서상의 공감을 가져오는 참신한 스타일, 장르를 개척한다. BTS 연예인들을 각자 자기의 체험을 가사의 스토리로 전환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자기 긍정, 자기 혁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핵심적인 사회의 쟁점을 시각적 미학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한 보기로, 박지민의 개인 앨범 'Serendipity'(뜻밖의 발견)는 푸른 곰팡이와 삼색 고양이에 관한 스토리를 절묘하게 엮어 사랑의 메시지로 승화한 대표 작품이다.

BTS와 아미의 정치·사회적 발언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지난 2020년 5월25일, 미국 미네소타 미네아폴리스 경찰서에 구금된 46세의 아프리카 계통 미국 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폭력으로 살해된 사건이 터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해 여름 미국 140개 도시에서 항의 시위가 있었고 21개 주에서는 치안유지를 위해 군대가 동원됐다. 이런 상황에서 BTS가 랩이나 힙합(Hip Hop) 같은 미국 아프리카계 흑인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음에 착안해 미국의 흑인 아미집단이 이 같은 인권유린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BTS는 같은해 6월4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인종 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아울러 흑인 인권 운동 지원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아미는 200만 달러를 모금하여 기부했다. 사뭇 감동적인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정신은 BTS를 만들고 성장시킨 방시혁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지난 2019년 2월26일 서울대 졸업식의 축사를 통해 자기를 분노의 화신으로 소개했다. "음악 산업이 안고 있는 악습들, 불공정한 거래 관행, 사회적 저평가" 등을 언급하며 "우리의 피, 땀, 눈물의 결실인 콘텐츠는 부당하게 유통돼 부도덕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BTS는 단순한 소비 문화가 아니라 불공정, 악습에 저항하고 공평과 정의를 지향하며 각자도생의 위험사회에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위안, 삶의 의욕을 심어주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BTS는 단순한 노래, 춤, 연기가 아니다. 시대정신, 가치, 메시지를 창출한다. 위험시대에 대한 적극적 대응으로서 불안한 개인들에게 위로, 배려, 용기, 희망을 주는 독특한 가사, 리듬, 율동을 제공하며 힘들어 하는 개인들의 상처를 치유한다. 차별, 불의, 폭력에 저항하고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공동체를 구성하고 연대를 이룬다.

그 배후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 디지털 정보문명의 혁신이다. 정보화를 이끈 국민의 에너지는 일찍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갈파했듯이,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 가자!'는 온 국민의 열망이다. 그는 2001년 2월9일, 초고속 정보통신망 기반완성 기념 연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이끈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이 1970년대 산업화의 시발점이었듯이, 오늘 정보고속도로의 완공은 21세기 지식정보강국을 향한 역사적 출발점"이라고 선언했다.

이로부터 우리가 지식 정보 강국으로 성장한 과정은 실로 경이롭고 인상적이다. 한국의 시민 사회는 오늘날 세계 어디보다 더 역동적이고 진취적이며 생기가 넘친다. 디지털 정보로 무장한 자유로운 젊은 세대가 밑으로부터 사회 변동을 이끈다. 이렇게 볼 때, 결론적으로 백범이 꿈꾼 문화 국가는 한강의 작품으로 드러난 문기와 BTS로 드러난 신기로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은 이영한 등 27인(2024.10.), ‘2025 대한민국 대전망’, 케이북스의 내용을 근거로 작성됨>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한상진(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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