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첨단기술 수출통제 강화와 동맹국 공조를 통한 대중 압박으로 중국 경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왔다.
중국은 이미 성장률 둔화, 청년실업률 급증, 부동산 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 가중이라는 복합적 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재집권이 현실화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 최혜국대우(MFN) 지위 박탈, 첨단기술 수출 전면 차단 등 더 강력한 제재가 예고되어 중국 경제의 생존이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의 승리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역사는 중국과 미국의 협력이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고, 싸움은 양측 모두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협력 기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강경한 대중 공약들은 양국 관계의 심각한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 경제는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2021년 8.1%에서 2022년 3.0%로 급락했고, 2023년에는 5.2%를 기록했으나 이는 코로나19 봉쇄 해제 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더욱 충격적인 하락세를 보여, 2023년 중국 FDI 유입액은 전년 대비 82% 감소한 339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93년 이후 최저치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로 중국의 첨단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수입 비중은 2021년 35%에서 2023년 28%로 감소했으며,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4.7%에서 2023년 13.2%로 축소됐다. 여기에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이전이 가속되고 있다. 이는 '세계의 공장' 지위에 안주해온 중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1기 때보다 더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첫째, 트럼프가 이제 공화당 내 확고한 지지 기반을 구축했고, 둘째, 구체적인 정책 플랫폼과 인력을 확보했으며, 셋째, 연방대법원의 보수화로 행정부 정책 추진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적 변화는 구체적인 대중 견제 정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25'에는 1만4000명 이상 정책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저지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제한, 대중 투자 규제 강화, 기술 수출 통제 확대 등이 포함된다. 특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같은 대중 강경파가 상무장관이나 무역대표부 대표를 맡을 경우 대중 압박은 더욱 체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2021-2025)' 핵심 목표 달성을 크게 저해할 수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첨단제조업 GDP 비중을 21%로 확대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GDP의 2.8%까지 늘리며, 자체 개발 반도체의 자급률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첨단제조업 GDP 비중은 15.2%에 머물러 있고, R&D 투자는 GDP의 2.4% 수준이며, 반도체 자급률은 35%에 불과하다.
더욱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협력해 대중 기술 수출을 전면 차단할 경우, 이런 목표 달성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실제로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동참하면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은 이미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SEMI의 분석에 따르면, 이로 인해 중국의 7나노 이하 반도체 개발이 최소 5~7년 지연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지도부도 자국 경제가 직면한 삼중고(부동산 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 위기, 청년 실업)에 더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추가 규제가 가져올 충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60% 관세 부과 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40% 감소하고 GDP 성장률이 2.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첨단기술 수출통제 강화로 인한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경우, 2025년까지 약 2조 달러 규모의 제조업 생산기지가 중국을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중국은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해 서로 맞물린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수립했다.
이들 전략은 기술 자립화와 내수시장 육성을 통한 '내부 순환',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무역 다각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통화 정책으로 구성된다.
첫째, '내부 순환' 전략을 통한 기술 자립화와 내수시장 강화다. 65나노미터급 반도체 장비 개발 성공과 연간 143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신에너지'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차이나 스탠더드 2035'를 통해 핵심 기술의 자급률을 현재 35%에서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도시화율을 현재 65%에서 2025년까지 75%로 높이고, 중산층 인구를 2020년 4억 명에서 2025년 5억 명으로 확대하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호구제도 개혁, 사회보장 확대, 소득분배 개선 등 구조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 차이니즈' 정책 강화를 통한 자국 기업 혁신 촉진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둘째, 무역 다각화를 통한 대미 의존도 축소다.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이미 2017년 22%에서 2024년 14%로 감소했으며, '일대일로' 참여국과 아프리카 33개국에 대한 무관세 정책으로 수출시장 다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2024-2025 대외무역 발전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비미국 시장 수출 비중을 9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시장 다변화에는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특히 첨단기술 제품과 고부가가치 상품의 경우, 선진국 시장의 수요를 개발도상국이 대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GDP 대비 수출 비중이 2006년 35.4%에서 2023년 20.2%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제조업 고용의 25%가 수출 관련 산업에 집중되어 있어 구조 전환 과정의 고용 충격도 우려된다.
셋째, 적극적 금융·통화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다. 모기지 금리 0.5%포인트 인하, 지준율 완화, 두 번째 주택 구입 보증금 비율 25%에서 15%로 인하 등을 통해 약 84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5000만 가구의 연간 1500억 위안 규모 이자 부담 경감과 63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러한 금융완화 조치만으로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관들은 2024년 중국의 5%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전망한다. 이에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추가 통화정책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러한 세 가지 전략은 상호 보완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견제와 내부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트럼프의 대중 압박은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제3국 우회 수출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위협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세계 교역 비용을 상승시킬 것이다. 멕시코를 통한 우회 수출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은 중국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 전략마저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의 극단적 대립이 장기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의 상호 의존성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결국 고위급 경제 대화나 정상회담을 통한 타협점 모색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의 거래 중시 성향과 중국의 실용주의적 접근은 새로운 형태의 미·중 경제 협력 모델을 도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시장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미·중 갈등 완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을 통해 연간 95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은 테슬라의 최대 해외 시장이자 핵심 생산기지다. 머스크는 트럼프와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트럼프 정부에서 장관직을 맡을 가능성도 있어, 전기차 산업 분야에서 양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특히 중국이 추진 중인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과 테슬라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만큼, 이는 특정 산업 분야에서 미·중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관건은 양국이 극단적 대립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갈 것인가에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내수와 수출을 함께 발전시키는 '쌍순환'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된다면, 오히려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리창 총리가 강조했듯이, 이는 급격한 내수 전환이 아닌 수출 경쟁력 유지와 내수 확대의 균형 잡힌 접근을 통해 달성해야 할 것이다.
한편, 한국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안보 동맹국인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산 원자재 조달 등에서 양국의 압박이 예상되며, 이는 한국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생산기지 다변화를 넘어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적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첨단 소재·부품의 자체 개발 역량 강화와 함께 중국 내수시장 전환 과정에서 창출되는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하고, 트럼프 정부의 친기업적 법안이나 행정조치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투 트랙' 전략의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인도·베트남 등 신흥국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한국이 '핵심 연결고리(key linchpin)' 역할을 확보하는 것이 미·중 디커플링 시대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