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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권 전쟁 새 국면, 미국의 기술 통제와 중국의 우회 전략 충돌

화웨이 AI칩 사태로 드러난 반도체 규제 허점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05 13:19

반도체, 중국의 도전과 도발은 계속된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중국의 도전과 도발은 계속된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대중 반도체 기술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화웨이의 최신 AI 칩에서 TSMC 제조 흔적이 발견되면서 기술 규제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 정책이 보완이 필요한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미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AI와 반도체 분야에 투자 제한을 더욱 강화하는 더 강화된 새로운 규정을 확정했다.

미 재무부는 10월 29일 중국의 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분야에 대한 미국인과 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2025년 1월 2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규정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활용될 수 있는 첨단 기술 개발을 저지하려는 조치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의 최신 AI 칩 사례를 통해 중국 기업이 다양한 우회로로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사례는 중국 암호화폐 재벌이 설립한 소프고 테크놀로지스를 통한 우회 가능성이다.

소프고는 2020년 설립 이후 중국 전역 10개 도시에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미국과 싱가포르에도 지사를 둔 AI 칩 설계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우회 전략이 관심을 끌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TSMC에 합법적으로 칩 제조를 의뢰한 후, 제3자 중개를 통한 공급 방식이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화웨이 최신 AI 프로세서 '어센드 910B' 칩셋에서 TSMC 제조 공정과 유사 특징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완벽한 통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가 전문가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는 설계, 웨이퍼 생산, 조립, 테스트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각 단계마다 고도로 전문화된 기업들이 참여하는 특징을 보인다. 네덜란드 ASML의 노광장비(EUV/DUV), 일본의 핵심 소재, 대만의 위탁생산(파운드리),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등 각국이 특화된 영역을 보유하고 있어 단일 국가 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개방적인 시장에서 통제는 극히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2022년 바이든 행정부의 포괄 규제 시행 이후 새로운 형태의 우회 거래와 비공식 유통망이 등장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제3국 경유 수출이나 다목적 용도를 표방한 기술 거래가 대표적 우회 수단으로 언급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규제 강화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로 ASML 첨단 장비 수출이 제한되고, 중국 창신메모리 블랙리스트 등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제약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시장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한 전략적 포지셔닝이 매우 중요해질 전망이다.

향후 반도체 산업은 한층 더 복잡한 지정학적 역학관계 속에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TSMC 사례가 보여주듯, 첨단 기술 기업들은 미중 양국 사이에 더욱 신중한 균형이 요구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기업들의 규제 준수를 위한 실사 범위와 수준 설정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기술 혁신과 지정학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새로운 질서 재편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함께 미중 갈등 구도 속 전략적 유연성 확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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