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초박빙 구도에서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제 누가 승리하느냐와 이후 미국 정치 구도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낙선 시나리오에 대한 진단도 주목받는 이슈이다.
해리스가 실제 패배할 가능성을 떠나, 그녀의 패배 가상 시나리오는 미국 정치 지형 변화와 공화당과 민주당 내부 역학 변화와 그에 따른 파장을 예측해보는 과정으로 우리의 대응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 민주당의 정체성 위기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계자로 여겨졌던 해리스가 패배할 경우, 현 행정부 정책과 비전에 대한 유권자들의 복합적인 평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될 것이며, 이는 민주당이 추진해온 정책들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기후 변화 대응, 의료보험 개혁, 이민 정책 등 주요 정책 영역에서 민주당 접근 방식이 새로운 조명을 받을 수 있다. 당 내부에서는 정책의 효과성과 대중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는 대선 필승을 위해 전통적 지지층 결집과 함께 중도층 흡수를 위해 다양한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며 포괄 전략을 구사했다. 진보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정책 조정을 시도했으며, 일부 영역에서 보수적 접근도 불사했다. 예를 들어, 세금 정책의 조정, 에너지 정책의 균형적 접근, 총기 규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 등을 제시했다.
해리스의 과감한 전략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통적 지지층의 완전한 복구에는 어려움을 겪고 결국 패배한다면, 이는 특히 인플레이션 대응 등 경제 문제에 있어서 민주당의 접근 방식이 유권자들의 즉각적인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노동자 계층과 중산층 유권자 지지를 완전히 회복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민주당 내 새로운 지도자 부상 가능성
해리스의 패배는 민주당 내 차세대 지도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주목받는 차세대 인물은 다양하다.
우선,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부 장관이다. 39세의 젊은 나이로 2020년 대선 경선에 참여해 주목받은 부티지지는 하버드대 졸업, 로즈 장학생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당내 중도파로 분류된다.
또 다른 인물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이다. 샌프란시스코 시장 출신인 뉴섬은 진보적 정책을 추진하며,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LGBTQ+ 권리 등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민주당 내 클린턴 가족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다.
한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31세의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 역시 주목받는 인물이다. 하버드대 법학 교수 출신인 워렌은 경제 정책에 정통하며, 금융 규제 강화와 부유층 증세 등 진보적 경제 정책을 주창해 왔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소비자금융보호국 설립에 기여한 그녀는 클린턴 및 오바마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독자적 정책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독립파 정치인으로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의 상징적 인물이다.
◇ 사회 전반에 나타날 다양한 변화 예상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로 공화당이 행정부를 장악할 경우,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추진해온 여러 정책과 법안들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시작하여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큰 변화를 맞을 것이다. 파리기후협약 재탈퇴와 함께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및 관련 부품 업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반도체 지원법도 재검토될 수 있으며, 중국과 관련된 조항들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외 정책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란 핵 협정 복귀 노력 중단,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축소 등이 이뤄질 경우,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으며, 한국의 외교 및 안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 정책 측면에서는 민주당의 증세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이 커서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특히, 법인세율 인상 계획이 철회되거나 개인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정책이 완화될 경우, 이는 기업 실적과 주식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소득 불평등 심화와 내수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규제 정책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석유 및 가스 시추 허가가 확대될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에너지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연해 미국 에너지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금융기관 활동 폭을 넓혀줄 수 있지만 동시에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노동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이 추진해온 최저임금 인상, 노조 강화 정책 등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의 권리와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외 경제 정책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으며, 이는 관세 부과, 투자 제한, 기술 이전 규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통화 정책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약달러 정책이 선호될 경우,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기술 정책에서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기술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과 공정 경쟁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해리스의 패배는 미국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가치관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여러 사회적 이슈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 정책에서는 개방적인 정책이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합법적 이민 경로도 더욱 제한될 수 있다. 이는 미국 내 노동력 수급에 영향을 미쳐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인력 운용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인종 관계와 관련된 정책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대표되는 인종 간 평등과 경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경찰의 권한 강화, 소수인종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 축소 등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인종 간 갈등을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
여성의 권리, 특히 낙태권 문제는 큰 논란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낙태권에 대한 연방 차원의 보호가 약화된 상황에서 보수적인 행정부의 등장은 낙태권을 더욱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여성의 건강권과 선택권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이외에도, 종교의 자유와 세속주의 간의 균형에 대한 논쟁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종교 단체의 권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공적 영역에서 종교의 역할,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차별 허용 여부 등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미국 사회의 가치관 충돌을 더욱 심화할 것이다. 진보와 보수, 도시와 농촌, 연안 지역과 내륙 지역 간의 가치관 차이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으며, 이는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
결론적으로, 해리스의 패배 시나리오는 미국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민주당의 정체성 위기, 새로운 지도자의 부상, 주요 정책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가치관의 충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내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