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이 중국 전구체 업체 화유코발트 등과 포항에 설립하려던 전구체 공장 건설 사업 추진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으로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중단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투자 철회는 아니지만 업계는 전기차 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투자 무기한 연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이 화유코발트와 포항 블루밸리산단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짓기로 했던 전구체 공장 건설 사업이 무기한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시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때문에 투자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착공 예상 시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보류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합작 공장은 오는 2027년에 완공 예정이었다.
양사 합작사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전기차 캐즘이 왔다. 글로벌 시황이 좋지 않았다"며 "사업 철회는 아니지만, 상황을 보고 있다. 원래는 착공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 등 원료를 가공해 제조하는 양극재의 중간소재다.
이에 따라 포스코퓨처엠이 목표로 했던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 조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합작 공장 발표 당시 포스코퓨처엠은 "원료 조달에 강점이 있는 화유코발트와의 니켈·전구체 투자로 포항 영일만 일반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연산 10만6000t 규모 양극재 생산기지와 연계한 니켈-전구체-양극재 밸류체인(가치사슬) 클러스터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이번 투자 연기는 전기차 수요 둔화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수익성이 악화해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소재 업체들은 수요 부진으로 수출이 크게 줄었다. 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리튬이온 배터리용 양극활물질 수출액은 40억4000만달러(5조4224억원)로 전년 동기(86억4300만달러·11조5989억원) 대비 53.2% 줄었다. 주요 광물 가격도 하락세다.
이에 포스코퓨처엠은 경우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94.8% 줄어든 27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순손실은 112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기존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추진했던 투자 계획을 하나씩 철회 또는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했을 때 향후 투자 철회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좋지 않은 전기차 시장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포스코퓨처엠과 화유코발트) 합작사의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날 공시를 통해 “당사는 포항시, 화유코발트사와 니켈제련 및 전구체 생산 관련 투자를 위해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하지만, MOU 체결 이후 캐즘을 거치면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투자에 대한 검토절차를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