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경쟁 강화 정책이 그 구멍을 만들어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게임 업체 에픽게임스는 16일(현지시각) 유럽 아이폰 사용자들을 위한 대체 앱스토어를 출범했다.
또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도 최근 유럽 사용자들이 아이폰의 iOS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이를 자사 웹사이트로 연결해 사용자들이 이 웹사이트에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이 그동안 강력히 금지해오던 것들이 한꺼번에 풀렸다.
앞서 애플은 14일 미국과 기타 다른 나라 개발자들이 아이폰의 자체 앱을 통해 결제가 가능토록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플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결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U가 애플의 앱스토어 결제 강제 규정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결론낸 뒤 나온 조처다.
생태계 무너지나
애플의 생태계는 그동안 강한 폐쇄성을 바탕으로 애플에 화수분 역할을 해왔다.
애플 아이폰 사용자를 잡으려면 애플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움직여야만 했다. 결제도 애플 안에서, 구독도 애플 안에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EU의 결론 뒤 이같은 구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애플 기가 외부에서도 애플 사용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구독과 결제가 가능해졌다.
애플의 통제를 벗어나 일부의 경우에는 애플에 수수료를 내지 않고 애플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경쟁당국의 애플 규제 강화가 애플 생태계를 교란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의 이른바 '울타리쳐진 정원'에 개구멍이 뚫린 셈이다.
서비스 부문 실적 타격 불가피
앱스토어를 포함한 애플의 서비스 부문은 아이폰 판매가 성숙 단계에 접어든 뒤 애플의 주된 성장 동력 역할을 해왔다.
2023 회계연도 서비스 부문 매출은 852억달러로 총매출의 약 22%를 차지했다.
그러나 인앱 결제 원칙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이제 예전 같은 서비스 부문 고도 성장은 어려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부 결제가 확산되면 인앱 결제를 통해 애플이 개발자들로부터 거둬들이던 막대한 수수료 수입이 예전만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터진 물꼬는 미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 법원이 에픽 제소로 애플에 앱스토어 외부에서도 구매가 가능토록 하라고 결정한 터라 인앱 구매 원칙이 무너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아직은 유럽에서처럼 구멍이 크지는 않다.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막대한 수수료를 여전히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인앱 결제시 수수료율은 30%이지만 외부 결제를 할 때에도 애플은 27% 수수료를 챙긴다.
그렇지만 현재 미 법원이 이같은 높은 수수료율이 적정한지 심사하고 있어 애플의 호시절은 조만간 끝이날 수도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