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인공지능(AI) 칩 'B20'을 개발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B20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교묘히 우회하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는 '맞춤형' 칩으로,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3월 차세대 AI칩 시리즈인 '블랙웰'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 시리즈의 B200 칩은 기존 모델 대비 챗봇 답변 등 특정 작업에서 30배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AI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았다. 이번에 개발 중인 B20은 블랙웰 시리즈의 중국 특화 버전으로, 중국 내 주요 유통 파트너인 인스퍼와의 협력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은 2023년부터 중국의 군사 기술 발전을 억제하고 자국의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왔다. 이러한 규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 중국 시장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포기하지 않고,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왔다.
이번 B20 출시 역시 엔비디아의 치밀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B20은 미국의 수출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내 AI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B20의 출시는 엔비디아의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B20의 구체적인 성능과 사양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특정 기능을 제한하거나 성능을 일부 조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기술력을 고려할 때, B20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엔비디아는 B20 출시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말 대량생산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20이 성공적으로 출시될 경우, 미국의 반도체 규제 속에서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글로벌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B20 출시는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규제와 시장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앞으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중 갈등 속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또한 B20이 중국 시장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