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선 도전을 둘러싸고 ‘스타의 도시’가 양분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유명인의 정치적 영향력이 과대평가되었다고 지적하지만, 스타들의 참여가 팬들의 관심을 끌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어, 이들의 분열은 바이든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바이든은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주장 제기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엔데버의 CEO 아리 이매뉴얼은 “바이든은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는 바이든 캠프가 대통령 건강 상태에 솔직하지 않았으며, 대통령직을 딱 한 번만 역임하겠다는 당초 공약을 어겼다고 비판한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IAC 회장 배리 딜러 등 실리콘밸리와 미디어 업계의 거물들도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특히, 최근 월트 디즈니 집안으로 영화제작자로 유명한 애비게일 디즈니는 ”민주당이 바이든을 대체하지 않는 한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와 함께 3,000만 달러 기부금 모금 행사를 주도한 바 있는 조지 클루니도 바이든 출마 재고를 요청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이는 바이든을 지지하는 헐리우드 영향력자와 스타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도발적 제안이다.
◇ 바이든 캠프, 할리우드 젊은 스타 지지 확보에도 난항
1차 TV 토론 패배로 헐리우드 영향력 인사들의 일부 이탈도 문제이지만, 젊은 층 지지를 견인하는 데 도움이 꼭 필요한 스타들의 공개 지지를 얻어내는 것 역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2020년 대선 당시 테일러 스위프트,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스타들의 적극적 지지가 바이든의 승리에 큰 도움이 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유명인사들이 공개 지지를 주저하고 있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 영향력 있는 스타들의 침묵이 두드러진다.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과 유튜브 스타들도 정치 발언을 자제하고 있어, 젊은 층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우리의 후보는 바이든” 주장도 만만치 않아
하지만 할리우드의 모든 인사들이 바이든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선거 전문가 셀린다 레이크는 “토론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인내를 촉구했다. 트럼프의 고문 켈리앤 콘웨이의 전 남편이자 MAGA를 혐오하는 보수 성향 변호사인 조지 콘웨이도 “정치에서 4개월은 길다”라며 선거까지 상황이 크게 바뀔 수 있으므로, 현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에게 아직 승산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하며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로버트 드 니로와 바이든 모금 행사 개최를 주도한 줄리아 로버츠, 스티븐 스필버그 등 유명인사들은 여전히 민주당과 바이든을 지지하고 있다.
◇ 바이든 캠프와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
이처럼 할리우드 내부의 의견이 양분되면서 바이든 캠프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등이 참여한 모금 행사에서 3000만 달러를 모았지만, 이러한 성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한다. 일부 기부자 이탈로 선거 자금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바이든 캠프는 유명인의 지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대통령이 일반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소탈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스타의 영향력과 함께 실질적인 정책 성과를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하려고 하지만, 할리우드의 분열은 자금의 문제를 넘어 민주당 전체의 결속력을 시험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 전망
이번 사태는 할리우드의 정치적 영향력과 그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스타의 도시’가 민주당의 선거 전략과 후보 선택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이 실제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일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할리우드의 의견이 실제 미국 유권자들의 생각을 얼마나 대변하는가 하는 것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정치적 견해가 일반인들의 의견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실제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