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 밖의 하락세를 보인 뒤 11일(현지시각)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다. 지표 둔화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 매수 심리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7.4bp 하락한 4.205%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한때 13bp 급락한 4.488%까지 떨어지며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년물 수익률은 장 후반 11.9bp 하락한 4.511%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1% 하락해 다우존스가 전망한 0.1% 상승 전망을 뒤집었다. CPI는 전년 동기 대비로도 3% 상승에 그쳐 월가 예상치인 3.1%를 밑돌면서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했다. 월가 컨센서스 전망치는 각각 0.2%와 3.4% 상승이었다.
9~10일 양일간 의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신호를 보낸 데 이어 물가 상승세가 실제로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9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한층 커졌다.
파월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금리 인하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높게 유지하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80% 이상으로 상승했다.
연준이 올해 세 차례(9월, 11월 및 12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베팅도 점차 강화됐다.
모건스탠리의 E-트레이드 매니징 디렉터인 크리스 라킨은 투자자 메모에 "7월 인하는 아직 멀었지만, 연준에 우호적인 CPI는 시장이 9월 금리 인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했다"고 썼다.
그는 "지금부터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9월18일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지표가 '뜨거운' 영역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연준의 논리는 이제 정당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