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X의 실질적인 오너인 머스크 총수의 그늘 아래 조명을 거의 받지 못해왔던 야카리노 CEO가 최근 들어 머스크와 회사 경영 문제를 놓고 갈등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광고 전문가를 영입해 대규모 광고주 이탈 사태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했던 머스크의 의도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나 야카리노가 머스크 자신이 촉발한 리스크로 인한 경영 위기를 타개하는 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 야카리노 CEO가 오른팔까지 내쳐야 했던 이유
둘의 관계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관측을 가장 먼저 제기한 곳은 영국의 유력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FT는 복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 X 총수가 야카리노 CEO에게 매출을 늘릴 것과 비용을 절감할 것을 동시에 주문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야카리노가 자신의 오른팔인 조 베나로크를 해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 나온 것”이라고 지난달 말 보도했다.
베나로크는 미국 굴지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인 NBC유니버설의 광고 책임자였던 야카리노 밑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다 머스크가 지난해 5월 야카리노를 후임 CEO로 임명한 뒤 X에 입사한 야카리노 CEO의 최측근으로 최근 1년 동안 머스크 총수를 둘러싼 각종 악재 속에서도 X의 사업 운영을 책임지는 동시에 회사를 방어하는 대변인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다.
그가 퇴사한 직후에는 퇴사 배경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FT에 따르면 머스크 총수의 압박을 받은 야카리노가 달리 대안이 없어 측근을 내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X의 한 관계자는 FT와 한 인터뷰에서 “야카리노 CEO가 머스크로부터 잇따라 압박을 받으면서 갈수록 좌불안석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야카리노 CEO
그러나 7일(현지 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야카리노가 오른팔인 베나로크를 쳐낸 것으로 X의 광고 매출이 되살아날 문제는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반유대주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머스크가 자초한 리스크로 주요 광고주들이 잇따라 떨어져 나가는 사태를 뚫고 다시 광고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은 천하의 광고 전문가라 해도 어려운 일이라서다.
조직행동론 분야의 전문가인 영국 런던대학 경영대학원의 랜덜 피터슨 교수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한 인터뷰에서 “X의 경우처럼 실적 악화 때문에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서 지도부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피터슨 교수는 “특히 야카리노 CEO 입장에서는 그동안 광고 및 마케팅 전문가로 쌓아왔던 그의 명성이 X로 자리를 옮긴 뒤부터 다름 아니라 자신의 전문 분야인 광고 및 마케팅 문제로 무너지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어떤 식으로든 X의 광고 매출을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야카리노가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야카리노의 의지와 관계없이 머스크가 주요 광고주들의 이탈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좌충우돌식 발언을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발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X의 매출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근원적인 방책이지만, 머스크 총수의 한마디에 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야카리노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가 됐다는 얘기다.
피터슨 교수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2인자'로 불리는 그윈 샷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기용해 원만히 회사를 운영해온 전례에 비춰볼 때 머스크와 야카리노의 콤비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스페이스X의 경우와 많이 다른 결과가 X에서 펼쳐지고 있어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카리노가 얼마나 전권을 갖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머스크가 배려했는지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