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들의 금 사랑은 유별나다. 금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부와 행운을 상징하며, 가족의 재산을 지키는 수단이자 힌두교의 부와 번영의 여신 락쉬미와도 연결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최근 금값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금 구매가 줄어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벵갈루루의 한 보석상 주인 샤이크 아민 씨는 "예전에는 하루 50명 정도 방문했던 손님 중 절반이 구매했지만, 지금은 4분의 1로 줄었다"며 "100~200g씩 사던 사람들이 이제는 50~60g으로 줄였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치솟는 금값으로 인해 결혼 예물 구매가 줄어든 것을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1년간 인도의 금값은 루피 기준으로 24%나 올랐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투기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금 수요는 6% 감소한 반면, 중국은 10% 증가했다. 인도는 중국에 세계 최대 금 수입국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금값 상승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인도에서는 결혼 예물로 금을 주고받는 전통이 있어, 결혼 비용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올해 초 결혼한 키시타 굽타 씨는 "금값 때문에 부모님이 큰 부담을 느꼈다"며 "결국 추가로 금을 구매하는 대신 저렴한 인조 보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유층은 다르다. 고급 결혼식 기획사 '디비아 비티카 웨딩플래너스'의 비티카 아가왈 공동 설립자는 "돈이 많은 사람들은 금값 상승에도 개의치 않고 호화로운 결혼식을 올린다"며 "특히 일부 문화권에서는 결혼식이 부를 과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금값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 최고 부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의 아들 결혼식은 엄청난 규모로 치러져 화제가 됐다. 팝스타 리한나의 축하 공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유명 인사들의 참석, 화려한 의상과 장식 등으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벵갈루루의 고급 보석상 '크리슈나 체티' 직원은 "부자들은 금값 때문에 망설이는 법이 없다"며 "평범한 옷차림으로 와서 수천만 원어치 금을 사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금값 상승으로 인도 서민들의 금 사랑이 주춤하고 있지만, 부유층의 금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인도의 금 사랑은 경제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금은 인도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