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출산율이 지난 60년 새 반토막이 나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 회원국과 글로벌 경제의 향후 경제 진로가 영구히 바뀔 것이라고 CNN 비즈니스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노동력 감소, 인플레이션 악화, 소비 문화 변화 등이 예상되며 선진국들의 경제가 정부의 고령층을 위한 프로그램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이 매체가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이 출산율보다 높아 인구 감소가 이뤄지는 시점은 2064년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산했다. 그렇지만 선진국 클럽인 OECD의 38개 회원국 중에 일부 국가는 이미 그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OECD가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이 1960년 이후 반토막 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에 한국은 8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갔다. OECD에 따르면 1960년 3.34명이었던 OECD 38개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2022년 절반 이하인 1.51명으로 떨어졌다. 2022년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치다. 이 기간에 한국은 6명에서 0.78명으로 낮아져 거의 8분의 1로 급락했고,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로, 통상 2.1명이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대체 수준(replacement level)'으로 여겨진다.
국가별로는 2022년 기준 스페인(1.16명)과 이탈리아(1.24명), 폴란드(1.26명), 일본(1.26명), 그리스(1.32명), 캐나다(1.33명) 등의 합계출산율이 낮았으나 1명 이하인 곳은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했다.
CNN 비즈니스는 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이 1.51명으로 대체 수준인 2.1명을 밑돌아 노동력 부족 사태가 곧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1960년대에는 근로자 6명이 은퇴자 1명을 경제적으로 지원했으나 현재는 이 비율이 3대1로 줄었고, 2035년에는 2대1이 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보고서에서 “근로자 비율 감소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노동자의 교섭력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면서 “이는 모두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선진국들이 과거에는 부족한 노동력을 이민자로 충당했으나 인구 감소가 이제 글로벌 현상이 됨에 따라 선진국들이 이민자를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랙록은 저출생 시대를 맞아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 에너지, 산업용 금속, 농업과 축산을 비롯한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에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미국 일부 기업들은 인구 변화에 맞춰 제품 생산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미국 기저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P&G 킴벌리 클라크는 지난 몇 년 동안 유아용 기저귀 생산을 줄이고, 노인용 기저귀 생산을 늘리고 있다. 식품 기업 네슬레는 유아용 분유에서 50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영양 필수품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인공지능(AI)이 저출생 시대에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문제를 해결해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향후 10년 사이에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을 7%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은 향후 10년 사이에 인공지능이 노동 생산성을 1.5~18%가량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