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약세가 심상치 않다. 일본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면서 미국과의 금리차를 좁히지 못한 게 근본 원인이다.
게다가 미국의 고금리와 주식 시황 호조로 인한 투자자금 이탈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중이다.
올해 5월 말까지 일본 투자 신탁사 등의 해외 순자산 규모는 5조6388억 엔이다. 지난해 1년간 매입한 해외자산 4조5454억 엔을 넘는 규모다.
일본 재무성의 통계를 보면 투자 신탁사와 자산관리공사의 대외 증권투자는 5월에만 1조3719억 엔에 이를 정도다. 월간 최고 기록이다. 연말에는 13조 엔을 넘어 연간 최고 기록도 갈아치울 기세다.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소액투자 면세제도(NISA) 탓이다. 면세 기한을 없애고 면세 한도를 올린 게 해외투자 급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5월 거래상품을 보면 주식과 펀드의 개인 투자액이 5조1634억 엔으로 전체의 90%다.
해외투자를 위해서는 엔화를 팔고 달러를 확보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환율과 상관없이 거래하다 보니 엔화 약세를 피하기 힘든 구조다. 많게는 하루 거래액이 1000억 엔을 초과할 정도다. 급증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올해 엔화 매도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특히 미 연준이 금리인하를 예고한 상태여서 미국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도 상승세다. 미국이 올해 금리를 인하해도 주식시장에서의 수익률에 따라 엔화 약세를 막기 힘들 전망이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14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장기국채 매입 규모를 줄인다는 방침만 정했다.
규모는 7월 회의로 미룬 상태다. 금리인상은 그다음 과제다. 후생노동성 4월 통계를 보면 실질임금은 25개월째 하락 중이다. 1분기 GDP 수정치도 1.8%로 하락했다. 시장에서 달러당 160엔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게다가 달러지수는 105로 1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엔화 하락의 끝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