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이어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 '안전장치(guardrail)'를 마련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또 미국 자본의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투자 제한 규정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는 독점·비공개 소스 AI 모델 수출 제한 등이 포함된 새로운 대중(對中) 수출 규제 조처를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 규정을 적용받는 국가로는 중국과 함께 북한·러시아·이란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AI 분야의 기술 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어 규제 당국이 이를 통제하기가 절대 쉽지 않다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한 미국 기업들이 중국을 포함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제한 없이 AI 모델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AI 행정명령에 따른 기준을 적용해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컴퓨팅 성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개발자가 AI 모델 개발 계획과 테스트 결과를 상무부에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올해 안에 중국에 대한 투자 규제 규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하원 세입소위원회 청문회 증언에서 “중국이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속해 주시하는 것은 상업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군사적으로도 쓸 수 있는 이중 용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가 중국과 모든 거래를 끊으려는 것이 아니고, 중국과 모든 테크 무역을 중단하려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중국에 반도체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수출을 이어갈 것이고, 이것은 미국 경제에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 자본의 중국 첨단기업 투자 규제에 대해 "재무부가 주도하고 있고, 내가 알기로는 올해 안에 규정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텔과 퀄컴 등 미국 대기업의 화웨이에 대한 수출면허 취소에 대해 "화웨이는 위협이고, 인공지능에 초점을 두고 있어 이전에 허가했던 면허를 취소하는 등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전날 인텔·퀄컴 등 미국 기업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는 면허를 일부 취소했다. 이번 조치는 4월 화웨이가 자사 최초 AI 노트북 '메이트북 X 프로'에 인텔의 새로운 코어 울트라9 프로세서를 탑재한다고 발표한 뒤 나왔다.
미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반도체 장비와 관련 서비스를 중국에 제공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 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고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않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에 이미 수출한 장비에 필요한 서비스와 부품의 판매 통제에도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네덜란드와 일본과 같은 수준에서 한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통제에 협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10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처를 발표했다. 미국은 이어 반도체 핵심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 동참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