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 업체 테슬라가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면서 전반적으로 올해 1분기에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대차는 1분기에 전분기 대비 57%의 증가율로 테슬라를 제외하고 판매량 3위에 올랐고, 기아차도 63%로 6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각) 자동차 판매량을 조사한 켈리 블루북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1분기에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26만9000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한 것이나 지난해 4분기 대비 7.3% 감소한 수치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켈리 블루북에 따르면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에 62%에 이르렀으나 올해 1분기에는 51%로 감소했다.
NYT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고 있으나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면서 미국 시장에 뛰어드는 전기차 제조업체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테슬라는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지난 1년 사이에 판매량이 13% 감소했으나 경쟁 업체인 현대차, 메르세데스, BMW 등은 두 자릿수 또는 세 자릿수 판매 증가율을 보이면서 테슬라의 지분을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를 제외하고, 올 1분기에 다른 전기차 업체의 판매량은 14만187대로 지난해 1분기 당시의 16만1630대에 비해 13.3%가 감소했다. 테슬라를 제외한 1분기 전기차 판매 순위는 1위 포드, 2위 리비안, 3위 현대, 4위 메르세데스, 5위 BMW, 6위 기아, 7위 쉐보레, 8위 폭스바겐, 9위 캐딜락, 10위 아우디 등의 순이다.
포드의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에 4.2%에서 올해 1분기에 7.4%로 크게 상승했다. 포드는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위에 올랐다. 그러나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양산을 비롯해 북미 지역의 일부 전기차 출시 계획을 애초 계획보다 1~2년 연기하기로 했다.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인 3열 SUV 전기차의 출시 시기를 애초 예정했던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늦추기로 했다.
포드는 또 테네시주에 건립하고 있는 전기차 생산단지 '블루오벌 시티'에서 생산 예정인 차세대 전기차 픽업트럭의 고객 인도를 애초 계획보다 지연된 2026년 개시하고 생산량도 점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포드는 지난해 3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대체할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을 2025년부터 생산할 계획이었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침체 속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조직을 자세히 검토하고 전 세계적으로 1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테슬라의 전체 직원 수는 14만473명으로, 3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번에 해고되는 인원은 1만4000여 명 수준이다.
테슬라의 인도량(판매량) 실적이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연속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투자회사 '로버트 W. 베어드'의 애널리스트 벤 칼로는 테슬라의 2분기 인도량이 44만4510대로, 작년 동기보다 4.6%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인도량이 38만6810대로, 작년 동기보다 8.5% 하락했다고 이달 초 발표했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