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타이트하다. 앞으로도 인공지능(AI) 선도 기업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1등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올해 SK하이닉스의 경영환경 및 전략에 대해 밝힌 내용이다. 곽 사장은 27일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개최된 제76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HBM 부문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HBM은 AI 바람을 타고 수요가 늘면서 SK하이닉스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총 9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가 4분기 흑자 전환의 성공 비결에는 HBM이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제품인 HBM3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는 HBM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곽 사장은 장기계약을 추진하기 위한 회사의 전략을 알려 달라는 질문에 "HBM 부문은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계약은 쉽지 않다"면서 "HBM4 등 차세대 메모리에서 고객 니즈에 맞춘 커스텀 메모리를 제작하는 식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관심을 끌고 있는 해외 사업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으로 공장 부지 위치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서부 웨스트 라피엣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한다고 보도했다. 곽 사장은 주주총회 직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검토 중이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부지 발표 시기에 대해서도 "확정되면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중국 사업에 대한 사안도 일부 공개됐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는 미국으로부터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자격을 부여받았다"면서 "우시팹은 정상적인 생산이 가능한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중국 공장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와 관련한 계획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공정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미국으로부터 VEU를 지정받으면서 1anm(10나노미터급 4세대)까지 생산이 가능한 상태다. EUV 공정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서 필수적인 공정이다.
D램 부문과 달리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는 낸드메모리 부문에 대한 계획도 공개됐다. 곽 사장은 미국의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에 대해 "솔리다임은 출범 후 시장 악화와 기업 시장 내 수요 하나로 실적이 부진했다"면서 "최근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솔리다임 제품 구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올해 솔리다임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